[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스승의 날 선물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스승의 날 선물
  • 최수희 번역작가
  • 승인 2018.06.07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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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와서 처음으로 스승의 날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살던 캐나다에는 스승의 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원에 오는 학생들이 꽃과 그 밖의 작은 선물을 내게 주었을 때, 나는 기쁘면서 놀라웠다. 초등학교 시절, 엄마가 사주신 작은 선물을 선생님께 갖다 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고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학교를 졸업하고 떠난 뒤에도 옛날 선생님을 찾아뵙는 일이 스승에게는 더욱 소중한 선물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지역 신문에서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은퇴를 하신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나는 수업이 끝나거나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이면 선생님을 뵈러 차를 몰고 찾아갔다. 그녀는 한 번도 나를 가르치시지는 않았지만, 내 생애 최초로 만난 도서관 사서이셨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 일이다. 처음으로 도서관에 들어가서 내 생애 처음 아주 많은 책을 빌려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그녀의 첫인상이 내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다고 고백했다. 그 시절의 나는 아주 수줍은 아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서가에서 책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 주어 나는 금방 능숙해졌다. 다방면의 독서를 하던 나를 항상 놀라워하셨다. 나는 도서대여의 허용치까지 책을 빌렸다. 거의 그랬다. 나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마음속에는 모험심이 가득한 아이였다. 나의 모습이 정말 소중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도 내 인생에게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는 말을 들려주고자 왔노라고 말했다. 따돌림에서 나를 지켜주시고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신 다른 선생님 한 분은 퇴임식을 일주일 앞두고 돌아가셨다. 그래서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도 선생님을 얼마나 감사하게 여겼는지 다른 선생님들께 말했다. 
교대에서 근무할 때는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서 학습 이외의 다른 활동을 하다가 내 사무실에 들어왔다. 나는 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들에 관한 사정을 알고 있다는 자부심에 나는 항상 행복했다. 지금은 전주대학교에서 일을 하는데, 그런 일이 예전만큼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식료품점이나 식당에서 마주칠 때, 그들 교육대 학생이었거나 전주대 학생 모두 내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가장 기억에 남은 사람은 내가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켰다는 이들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은 나의 꿈이다. 나는 학생들이 배우고자하면 열심히 도움을 준다. 단지 영어뿐만이 아니다. 인생을 사는데 삶의 지혜라든지 내가 이미 겪어 알게 된 교훈 따위를 그들에게 들려준다. 오직 특별한 날의 행사로 그칠 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할머니와 어머니께 꽃을 선물하는 일도 말이다. 분명, 그 분들은 돈을 낭비하는 짓이라고 꾸짖으실지 모른다. 하지만 속으로는 기뻐하신다. 심지어 자녀들이 지향하는 바를 이해하는 방법이리라.
이번 주 나는 예전 전주대 학생의 근황을 전해 들었다. 몇 년 전 그 학생은 바로 내 앞에 앉아서 강의를 듣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어느 날 그는 혹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좋아하냐고 내게 용감하게 물었다. 그렇다고 말했더니, 자신이 그린 티리온(Tyrion.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난장이)역할을 맡은 배우 피터 딘클리지(난장이배우)의 사진을 내게 내밀었다. 너무나 잘 그렸다. 그는 TV극에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가진 배우다. 그가 내게 사진을 주었는데, 다시 사진 한 장을 주면서 본인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솔직히 나는 이름을 기억하는데 워낙 젬병이다. 하지만 그가 준 사진은 잘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서 캐나다에 가서 영어공부를 하라고 그에게 용기를 심어 주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삽화 공부를 하고 있단다. 게임이나 영화에서 기본 설계가 되는 초안을 작업하는 개념 작가(Concept Artist)가 되길 원한단다. 누군가의 인생을 위해 나는 긍정적이며 심오한 노력을 기울여 모든 일을 잘 해내고 있다. 늦은 밤마다 각종 카드를 만들고 또 다른 특별활동을 준비하며 전문성 개발위해 노력한다.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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