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명예박사학위 석좌교수 제도

선거철이라 온 동네에서 후보자들이 한창 유세 중이다. 투표를 앞두고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러 후보자의 공보물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공보물을 살펴보니 학계와는 연관이 없는 후보자 일부가 석좌교수, 명예박사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점이 눈에 뜨였다. 

이명박 정권의 실세였던 김백준씨에게 명예박사학위 수여 및 석좌교수 임명을 한 점이 지적되었다. 그 직후 전북일보에 이를 선의로 봐야 한다는 기고문이 게재되었다(2018.6.4. 전북연구원 이사 기고문). 그는 MB의 집사인 김백준 총무기획관은 당시 전북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최상의 동아줄이었으니 이런 당사자를 초청해 명예학위라도 주고 애로사항을 해결했다면 이는 행정책임자로서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면서 모 후보자의 행위를 두둔하였다. 

학계에서 일하는 당사자로서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김백준씨가 수여받았다는 명예박사학위 및 석좌교수 임명은 별개의 행위이므로 분리하여 살펴본다. 우선, 대학 학위수여 규정상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 위한 자격요건은 우리나라 학술과 문화에 특수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수한 공적을 나타낸 자 및 국가와 지역사회 또는 대학발전에 현저하게 ‘공헌한’ 자이다. 명예박사학위 수여 당시 김백준씨가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로 볼 수 있었을까. 

나아가 석좌교수 임명은 또다른 문제이다. 전북대 석좌교수 규정상 석좌교수의 임무는 대학(원) 강의 및 연구, 특별 강의 및 세미나, 기타 교육 및 연구에 관한 자문이다. 학생들을 만나서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자로서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어야 하므로 그에 상당하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따라서 관련 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노벨상 등 국제 학술상을 수상한 자 등의 요건이 열거되어 있으며, 이렇듯 석좌교수 자격요건은 어디까지이나 학문, 연구, 교육에 관련된 것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과거 전북대에서 여당 당대표 출신 정치인과 정권 실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남발하여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 2012년 전북대 국정감사에서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을 지낸 바 있는 유기홍 전 의원이 제기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전북대의 석좌·초빙교수제 남용이 전국 최고규모로 운영될 정도로 ‘심각’했으며 ‘교수자리 팔아먹기 전략’으로까지 비하되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전북교육신문, 2014.10.23.). 물론 명예교수?석좌교수 임용을 둘러싼 잡음은 비단 전북대에만 있어왔던 것은 아니라면서 억울해할지 모른다. 과거 2012년 열린 카이스트의 국정감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008년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점이 문제시되었고 이후 카이스트 학생들의 해당 학위수여의 철회 촉구대회가 열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왜 다수의 다른 대학들은 유력한 현역 정치인들 모두에 ‘줄’을 대지 아니하는가. 바꿔 말하면 유력한 현역 정치인 상당수가 대학들로부터 명예박사 또는 석좌교수 타이틀을 헌정받음이 없이 자신의 정치 인생을 살아내는가. 대학 스스로, 그리고 그들 스스로 보기에도 명예박사 그리고 석좌교수 임명의 정신과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을 의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행정가의 의무는 최선의 방안은 아니더라도 최상의 효율을 탐색하는 것임에 동의한다. 그러나 법치주의 국가에서 어디까지나 규정에 따라야 한다. 최고 의사결정권자 마음대로 할 경우 구성원의 적지않은 불만을 사게 된다. 총장 일인의 독단에 의한 대학행정이 계속될 경우 구성원의 사기는 물론 대학의 위상 역시 깎인다. 

과거 조선시대에 탐관오리의 집 대문 앞에 하급관리가 ‘줄’을 대기 위하여 알아서 진상미 등을 바쳤었다. 오늘날 정권 실세가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알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고 석좌교수 임명요청을 수락한다면 그러한 행위는 과거 탐관오리의 진상미 수령과 무엇이 다를까. 규정을 제쳐놓고 위에 ‘줄’을 대어 ‘무엇’인가의 대가를 바라는 경우 그러한 결정을 내린 대학 최고행정가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개인적인 ‘앞날’에 관한 의혹의 시각이 있을 수 있으니 오히려 더욱 조심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