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선거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선거
  • 최수희 번역작가
  • 승인 2018.06.28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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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침. 내 사랑 강아지 녀석들이 일찍 나를 잠에서 깨웠다. 그리고 밖에 나가자고 졸라댔다. 녀석들을 데리고 중학교 근처를 돌고 있는데, 주위 분위기가 고요했다. 아주 조용했다. 마치 태풍의 눈 속에 있거나 아주 고요한 어떤 분위기 말이다. 뭔가 이상했다. 길에서는 자동차 겨우 몇 대가 달리거나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교정을 향하여 내달리거나 삼삼오오 떼를 지어 이야기를 하면서 또는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면서 걸어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 그렇다, 선거! 선거 날이다! 거리 모퉁이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방송용 효과음이 나는 마이크를 잡고 유세를 펼치던 정치가와 후원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거리 중간에 서서 자기들 정당과 정치인을 후원해달라고 호소했던 후원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후보의 홍보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없다. 평화로운 침묵이 흐른다. 공사장 소음마저 없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도시건설 노동자들이 땅을 파고 있었다. 어째든 수도관을 교체하거나 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돗물에 이물질이 있었는데, 그 물을 며칠 동안 그대로 방치해두고 보면 이물질의 형상이 구름같이 피어오른다. 에그머니나. 그런데 수요일은 내가 빨래하고 청소하는 날이 아니던가? 날씨가 너무 좋다. 그리고 조용하다.
목요일 아침에는 천둥이 쳤다. 바람은 세게 불지 않았다. 오직 시끄러운 전화벨은 도로 공사 때문에 자동차를 옮기라는 방송이다. 공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거리에 차를 주차하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할 수 없이 짜증이 나고 마지못한 심정으로 나는 옷을 입었다. 강아지들을 데리고 나가 소방서 뒤쪽으로 차를 옮기고 녀석들과 학교 주위를 따라 산책했다. 소방서 쪽으로 가는 길에 내 눈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길모퉁이에서는 지나가는 자동차와 행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정치가 후원자들이 서 있었다. 음악도 흘러나오고 등에 부풀린 마리오네뜨를 매달고 있는 어떤 사내는 아마도 정치인의 재현이었다. 그들의 행복한 동작과 미소 그리고 춤을 보니, 그들이 지지한 정치인이 당선되었으리라 짐작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그들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열렬한 정치적 열풍이다. 내 고향 온타리오 지역에서도 이번 주에 선거가 있었다. 장담하건데 이곳의 선거보다 훨씬 더 조용하게 치렀으리라. 
그리고 오늘은 강의 마지막 날이다. 7시간 강의를 마지막으로 이번 학기 수업이 끝난다. 다음 주에 진행되는 시험만 남았다. 요즘은 학기마저 바람처럼 흘러간다. 학기도 나이란 말인가? 그러나 학기는 반복해서 오고 가지 않은가? 매 학기를 앞두고 나는 수업을 대비해서 새로운 자료를 준비한다. 학교에는 변화가 많았고 더 많은 변화들이 다가온다. 분주하게 지내다보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신속하다. 그나마 선거와 선거운동이 끝나서 마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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