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발명은 가까이에 있다

제가 1978년 전북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하던 1979년 의 일입니다. 이때 저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국인 여의사로서는 최초로 미국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메릴랜드주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보건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에 돌아와서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역학 및 전염병 관리 전공으로 재직하던 김정순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이분께서는 당시 제주도 해안지방에서 유행하던 모기에 의해서 옮기는 기생충 질환인 상피병(기생충이 임파선을 침범하여서 코끼리 피부처럼 사지가 부풀어 오르는 병)을 한참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피병의 발생 경로를 확인하여 이를 차단하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기생충을 보유한 모기에서 기생충의 존재를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 수입니다. 당시 서울대 보건대학원 재학생 중에는 교수요원 장학생이 5명 있었는데 저도 그들 중의 한명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김정순 교수님을 따라서 제주도에 가서 모기를 채집하는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모기 채집기구는 유리대롱에 고무 빨대가 붙어있어서 입으로 바람을 흡입하여 모기를 잡는 방식이었습니다. 모기 채집은 주로 낮에 이루어졌는데 이 모기들이 몰려있는 곳이 헛간이나 다락처럼 먼지가 많은 곳에 있기 때문에 모기 몇 마리만 잡고 나도 먼지를 마셔서 목이 칼칼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대체 이런 기구를 모기채집기구로 추천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누구냐(who?)라는 농담을 던지곤 하였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지요. 이때 저는 제주시장에 가서 몇 가지의 소품들을 구입하여 발명품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모기대량 채집기구입니다. 모기장 천과 굵은 철사 그리고 긴 대나무 장대를 가지고 잠자리채를 만들고 잠자리채 입구에 밧데리로 구동되는 선풍기를 부착하였습니다. 이때 바람의 방향이 잠자리채 안으로 향하게 해서 모기가 많이 몰려있는 곳에 가서 선풍기를 틀면 ‘윙’하는 소리에 모기들이 놀라서 모두 날기 시작하는데 이를 전부 단번에 빨아들여서 채집하는 방식입니다. 여러분 상상을 한번 해보세요. 입으로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잡다가 이렇게 대량으로 잡으니 김교수님께서는 저에게 ‘닥터 두 대단해요. 이제 모기 그만 잡아와도 되어요!’ 그러시면서 엄청 칭찬 해주셨던 기억이 40년이 다된 오래전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엊그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아마 이 전동 모터 모기 채집기가 제가 만든 첫 번째 발명품이 아닌가합니다. 이후 1984년부터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시작된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제 생활은 ‘두씨 탯줄가위’ ‘두씨 흡수관’ ‘위 내시경 검사용 마우스 피스’ 등등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요실금 수술시 꼭 필요한 ‘요뚜기’를 발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발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그리고 발명은 쉬운 것일까요? 아니면 어려운 것일까요? 또한 발명을 하면 특허를 모두 받을 수 있고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발명은 쉽기 도하고 어렵기 도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일에 몰입하는 자세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발명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다른 사람이 한 것도 많이 있어서 모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특허를 획득하였다고 하여도 실용성면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고 더구나 돈을 벌수 있는 경우도 지극히 적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가지 수로 따지면 수십 개에 이를 만큼 꽤나 많은 발명품을 만들었고 특허도 획득한바 있습니다. 제 직업이 의사이기 때문에 의료와 관련된 물건들이 대부분이지만 “뒷모습이 보이는 거울”처럼 그렇지 않은 것도 몇 개 있습니다. 저 역시 많은 발명품이 있지만 이를 통하여 부자가 된 적은 없습니다. 그저 발명하는 것이 좋아서 했을 뿐이지요.

최근에 제가 속한 전북카네기 클럽 독서 동아리 ‘공감’에서는 매우 유익한 강좌가 있었습니다. 강사는 전주 덕진 경찰서 소속의 박성철 경위인데 ‘교통사고 예방과 안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인기 강사입니다. 이분의 강의가 끝나고 나서 저는 제가 1994-5년 미국 필라델피아 토마스제퍼슨 의과대학에 방문교수로 재직할 때 생각했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자동차 안전장치에 대한 발명 이야기를 나눈바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제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지금까지 많은 강의와 연구를 했지만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고 하면서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하였습니다. 궁금하시지요. 하지만 이 내용은 다음 컬럼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발명이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주변 가까운 곳에서 오늘도 발명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