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 어느 경찰관의 향기

오늘 낮에 경찰서에 근무하는 선배님과 냉면을 먹으러 음식점에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문을 하고 10분 정도 후에 정년퇴임한 교장선생님 4분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오셨습니다.

식사를 모두 마친 선배님이 우리의 식사비를 계산하면서 선생님들이 앉아 계신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분들 식사비도 함께 계산해달라고 했습니다. 

“형님 아는 분들입니까?”
“응! 조금 알아.”

그렇게만 말을 하고 카드로 음식값을 결제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식사가 끝나고 함께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선배님이 털어놓은 사연은,,,

경찰서 본청에 있을 때 교통사고를 담당했을 때가 있었는데 저 분들 중 한 분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건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가해자의 과실이 너무나 명백한 사고여서 피해자로서는 무척 억울한 죽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망한 피해자의 아버지인 저 선생님에게 합의는 천천히 하시라고 조언을 해드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 선생님은 가해자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가지고 자신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가해자와는 아무 조건이 없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준 뒤에요. 담당인 선배가 그분에게 왜 이렇게 빨리 합의를 했냐고 여쭤봤더니 “저 사람이 교도소를 가면 저 사람의 어린 자식들은 누가 키울 것이냐?”는 것이 이분의 합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내 아들 하나 죽었으면 됐지 다른 아들까지 죽일 수 없다면서 합의금도 마다하고 도장을 찍어주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그 분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겪을 수 있는 고통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교도소에 갔을 때 남게 되는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천사님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는 그 사건이 경찰 생활을 30년 넘게 하면서 자신이 겪은 사건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분에게는 언젠가 자신이 꼭 밥 한 끼를 사고 싶었는데 이제야 사게 되었다며 그분의 밥값을 계산하고 오히려 좋아라 했습니다. 

소금 3%가 있어서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내 것만 찾고, 내 이익만 쫓는 세상에서 이러한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세상인가 봅니다. 그 분의 마음을 닮도록 더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