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저택에 카페와 정원이 있고, 58명이 함께 살아가는 집이 있다. 바로 쉐어하우스 하품하우스(Hapoom House)다. ‘여럿이 사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입주 대기는 기본일 정도로 인기이다.
하품하우스는 ‘하우스, 꿈을 품다’를 줄인 이름의 쉐어하우스(Share House)이다. 쉐어하우스는 개별 침실을 가지고 거실과 식당, 화장실 등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거 형태를 말한다. 20살부터 35살까지 다양한 직업과 취향을 가진 ‘하푸머(하품 입주민 애칭)’ 58명이 따로 또 같이 하품하우스에서 삶을 나누고 있다. 나도 ‘하푸머' 중 한 명이었다.
하품하우스(이하 하품)를 처음 알게 된 하품을 만든 김호선 대표님을 통해서다. 사실, 하품 탄생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니, 김호선 대표님을 통해 하품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 맞다. 샌프란시스코로 인턴을 갔을 때, KIC Silicon Valley 라는 한국 스타트업 지원 기관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미국 투자 유치 및 지사 설립에 관심이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을 실리콘밸리에서 교육하는 프로그램 매니저로 근무했다. 당시 대표님이 운영하던 ‘스파이카(Spika)'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파일공유(P2P) 서비스로 미국 유명 스타트업 투자기업 500Startups에 가장 많은 투자금을 받은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첫 만남은 스타트업 지원 매니저로 대표님께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키워가는 경험 공유를 요청드리는 것에서 시작했다.
몇 년이 흘러 서울에서 첫 회사에 취직해 정신없이 적응하고 있을 때, 대표님께 연락이 왔다. 서울에 사무실을 냈으니 놀러오라는 문자에 추억을 회상하며 몇 번 식사 했다. 스타트업계의 소수인 여성 대표이자 사회 선배에게 조언도 듣고, 의지도 했고, 술도 얻어먹었다. 그러다 몇 년 뒤, 강남에 집을 열었으니(?) 놀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스파이카 서비스의 유료 결제 전환율은 생각보다 더뎠고, 사업 아이템을 바꾸는 피벗(Pivot)을 결정한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대표님과 핵심 멤버들은 ‘청년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익숙한 IT 분야가 아닌 굳이 새롭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까?’ 의아했으나, 하품에 살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미국 진출 당시 살인적인 가격에 불편한 레지던스 호텔에 살았는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서울에도 같은 문제가 청년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를 실질적으로 돕고 싶었다. 그리고 ‘꿈'을 품는다는 것조차 사치로 느끼는 청년들에게 멘토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처음 하품을 알게 되었을 때, 시설과 위치 대비 저렴한 월세와 청소까지 해주는 서비스가 좋았다. 하지만, 거주민으로 커뮤니티에 속하니 진짜 장점이 보였다. 다른 듯 비슷한 친구들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언니, 오빠들 그리고 ‘저렇게까지 해야 해?’ 싶을 정도로 진심을 다하는 크루들. 돈을 내도 커뮤니티 매너를 갖추지 않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 사비와 개인 시간을 할애하여 연애상담, 진로 고민을 들어주고, 간단한 문의 사항도 가볍게 넘긴 적이 없다.
그 때문일까? 하품은 커뮤니티 관점에서 내가 경험한 그 어떤 곳보다 성공한 곳이다. 하푸머들은 하품 공동체에서 즐거운 소속감과 감사를 느낀다. ‘하품 같은 곳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 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직원이 의도하지 않아도 하푸머들은 거실,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모여 요리도 하고 공부도 한다.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간다. 그리고 대표님은 물론 하푸머 모두가 누군가의 친구로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의지가 되어주고 술도 사준다. 나도 회사 문제로 걱정하는 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밥도 사주었다. 문득, 미국과 한국에서 20대 초반 방향을 고민하던 나에게 김호선 대표님이 그랬던 것처럼.
지난 7월 7일 하품은 1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더 많은 하품이 생겨 청년들의 거주비 부담은 덜고, 다양한 삶은 공유하도록 돕는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