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의 예술인초상] (17) 최승범 시인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로 기뻐한다는/ 송무백열 그대 혹 들어보셨는지 전주향교/ 명륜당 왼편 뒤뜰에 가 보시라//한겨울 추위련데 나란히 나란히/ 서로가 서로를 살펴 푸를 청청/ 하늘도 꿰뚫어 치솟은 세찬 기운 아닌가’( ‘소나무와 잣나무’ 중)
고하 최승범 시인은 ‘소나무와 잣나무’ 시를 통해 송무백열(松茂栢悅)하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풍경을 강조했다. 송무백열이란 소나무가 무성함을 잣나무가 기뻐함, 즉 벗이 잘됨을 기뻐한다는 뜻이다.
최근 2년 동안 전북의 역사와 문화, 사람과 사물을 시로 풀어낸 것이 무려 100여 편을 모아 열두 번째 시집 <신전라박물지>를 냈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 뿐 아니라 바쁜 일상생활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곳까지 찾아간다. 100편의 시 중 유일하게 ‘견훤왕릉’만 충청도에 소재해 있을 뿐 99편은 모두 전북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전주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는 견훤의 유언을 감안하면 마음만은 이 역시 전북에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사라져 흔적조차 없는 전주 선너머 미나리밭이나 모악산 밑 탱자나무 등 신전라박물지는 다루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비록 예전 모습과 달라졌어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을 통해 전북의 변화된 모습을 상기하고, 또 챙겨보는 소중한 기회도 되고 있다. 때문에 비록 소소한 것이라도 한 편의 시를 통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으며, 특별한 곳은 새로움으로 전달되고 있다.
“신전라박물지는 프랑스 르느와르박물지처럼 전북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과거 알고 있던 곳과 현재 찾은 그 곳은 너무나 변해있고, 이 변화된 모습을 되챙겨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같은 작업을 또다시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소소한 일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멋진 일이었던 것 같다”
시인은 남원 출생으로 문학박사이며, 현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다. 《현대문학》(1958)에 시조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지부장, 한국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지부장, 한국언어문학회장을 지냈으며, 정운시조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목정문화상, 민족문학상, 제1회 한국시조대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 ‘한국수필문학연구’, ‘남원의 향기’ 등과 함께 시집 ‘난 앞에서’, ‘자연의 독백’ 등이 있다.
백제 금동대향로는 여느 ‘국보’들처럼 그렇게 불현듯 우리 앞에 나타났다. 최승범시인은 ‘…겹겹 어둠 인고의 세월을/ 아 용하게도 끝내/ 견디어냈구나/ 부스스/ 어둠 털고 현신하던 날/ 사비성 날빛도/ 눈이 부셨다…’고 표현했다.
‘마른 대나무는 푸른빛 가셨어도 그 성깔 한결 결을 이루었네 한생을 굳곧은 결로 산 부러운 삶이여(‘苦竹’)’
대나무는 선비들의 절개나 의리를 상징하는 사물이다. 이 작품에서도 시인은 대나무의 속성을 섬세하게 묘사한 다음 그 속성을 정신 혹은 가치로 치환하여 인지하고 있다. 왕대가 지니고 있는 굳고 곧은 삶의 자세를 유지하며 삶을 지속하고 싶은 욕망과 화자의 그렇지 못한 현실 생활에서의 실망감이 표상되어있다. 이처럼 ‘부러움’을 고백하는 화자의 태도는 이 시에 진솔성의 분위기를 부각시키고도 남음이 있다./글 이종근기자, 사진 이철수(사진가.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