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에어컨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에어컨
  • 최수희 번역작가
  • 승인 2018.08.30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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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에어컨도 없이 난 꼬박 22년을 견디며 살았다. 지난주로서 24년을 이곳 전주에서 살고 있다. 동서학동에서 살면서 이사 나오기 전 몇 년간은 에어컨이 있었지만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위해서 에어컨 사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배구하러 나갈 때나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 보안을 위해 창문을 모조리 잠갔다. 산기슭에 치우친 건물 2층에서 살았기 때문에 항상 산들바람이 불었지만 우리 집은 좀도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였다. 집이 마치 온실처럼 온도가 달아올랐다. 강아지 녀석들을 찜통 속 열기에 요리하고 싶지 않아서 에어컨을 구입했으나 나를 위해서는 에어컨을 켠 적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는 물론 에어컨을 켰다. 전기료를 내가 내지는 않지만 한낮에만 에어컨을 가동했다. 끔찍한 더위도 참아냈다. 2년 전까지도 참을 만 했다. 그때 나는 다리에 부상을 입어 회복 중이었고 대부분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 커피숍이나 학교에 가는 일도 힘겨웠다. 뭔가 일을 저질러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다음해 나는 에어컨을 들여놓았다. 요즘에는 에어컨이 사치품에 들어가지 않는다. 생활필수품의 일부분이며 온전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 쾌적하게 해준다. 놀랍게도 근사한 휴대용 에어컨을 발견하고 다음 해 봄철 나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에어컨 가격을 조사했다. 이동이 용이하다. 휴대할 수도 있다. 나중에 쉽게 팔릴 수도 있다. 너무 크거나 비싸지 않다. 집 구조를 변경하거나 손상시킬 필요가 없다. 소비자가 직접 설치할 수 있다. 뜨거운 바람을 밖으로 배출 시키는 커다란 호스의 절연처리가 최상의 상태가 아니지만 여름 한철 정도는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여름 나는 Mcgyver Adjussi에게 에어컨 설치를 하는데 도움을 요청했다. 창문을 막기 위해 나는 대형 사이즈의 스티로폼 한 장을 구입했다. 스티로폼에 구멍을 뚫지 않고 호스를 세탁실로 빼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뺐다. 완벽하게 연결이 되었을까?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시원할까? 스위치를 켜자마자 살맛이 난다. 강아지 녀석들은 행복해 보인다. 새들도 말할 필요가 없다. 신이 나서 지저귄다. 기기에서 소음이 조금 난다. 그러나 하루 중 열기가 최고조로 올라갈 때만 가동하고 있다. 내 은행 잔고에 파산이 날지도 모르기에, 나 때문에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올 여름의 혹서에서는 나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들은 더위에 더욱 취약하다. 내가 항상 넘어지지 않지만 말이다. 이제 나도 오븐 속에 들어있는 치킨 신세가 되거나 선풍기만을 의존하지 않고 여름을 즐기리라. 외출을 점점 주저하면서 지내지만 더위를 피해서 친구들과 맛있는 조각 케이크와 시원한 커피가 있는 커피숍에 틀어 박혀있다. 이 혹서에 우리 집 동물들을 집안에 남겨두고 말이다. 우리 집은 1층에 자리하고 있고 근처 어디에도 예전처럼 잔인한 적들이 없다. 우리 동물 녀석들은 시원한 깔판을 깔고 지낸다. 그리고 외출하기 전 나는 그 녀석들의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어 놓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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