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길목] 비말
[오늘의길목] 비말
  • 권 영 동 미라클인에듀 원장
  • 승인 2018.09.12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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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의 주요 감염 원인은‘비말’
개인적인 비말 에티켓 지켜야”

2015년 초여름 무렵 나는 아프리카에 있었다. 머나먼 타국이라 딱히 대한민국의 소식이 TV에 나올 리가 없건만 당시 TV 카메라에서는 심심찮게 서울의 모습을 비추며 앵커는 서울 주재 특파원을 불러대기 바빴다. TV장면 속 서울 거리는 대한민국 수도 답지 않게 한산했고 그나마 오가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마스크를 썼다. 이름도 생소한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 TV에서 흘러나오는 고국의 소식은 반갑기는커녕 낯이 부끄러워 TV를 보는 내내 숨을 죽이게 했다. 
서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동료가 “한국은 의료선진국이라 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면서도 깐죽거리듯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고소하다는 듯한 그의 눈빛이 되려 경멸스러웠다. 
2015년 6월 20일경부터 발생하여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메르스’는 의료 선진국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뭉겠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했던 ‘에볼라’는 박쥐나 원숭이 같은 야생동물에서 옮아 와 사람들의 직접적인 체액 접촉으로 옮겨지는 전염병이다. 에볼라의 발병과 확산을 쉽게 막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가 아프리카 전통적인 장례 절차 중에 시신에 직접 입을 맞추거나 손으로 만지는 야만적인 풍습 때문이었다. 엉망인 국가 의료 수준과 비위생적인 문화가 가져 온 재앙이었다. 당시에 에볼라가 창궐했던 나라의 국민들은 전염병과 함께 미개국민이라는 오명의 이중 고통을 겪고 있었다.
낙타가 옮긴다는 전염병 ‘메르스’. 야생 동물로부터 옮겨 온다는 점에서 ‘메르스’와 ‘에볼라’는 동족이다. 직접적인 체액을 통해 사람들간에 옮겨진다는 공통점도 흡사하다. 대한민국은 시신에 입을 맞추거나 만지는 풍습도 없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은 ‘메르스’라는 전염병 앞에 쩔쩔 매고 있을까? 그의 깐죽거림은 의료선진국을 자처하는 문명국 국민으로서 대답을 해보라는 거였다. 
다행이 ‘아프리카 에볼라’ 보다 길지 않는 기간에 ‘대한민국 메르스’가 수습 되었음을 내세워 알량한 자존심을 세웠다. 
3년 뒤, 그 씁쓸한 기억들이 되살아 나고 있다. 또다시 ‘메르스’다. 정부에서는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며 3년 전의 실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초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럼에도 성이 안찬지라 사람들이 다시 마스크를 쓰고 나섰다.
‘메르스’는 침이나 콧물 등의 체액으로 전파되는 전염병이다. 전문 용어로 ‘비말 감염’ 이라고 한다. 비말(飛沫)! 생경한 용어다. 풀이하자면 ‘튀거나 날아올라 흩어지는 물거품들’이다. 감염자가 재채기를 하면 입과 코를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묻은 비말이 튀어 나온다. 이 비말이 피부접촉이나 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면 대책이 나온다. 메르스의 주요 감염 원인이 ‘비말’에 있으니 ‘비말’에 예방의 방점을 찍으면 된다. ‘비말’ 예방은 좀 귀찮긴 하지만 어려운 방법은 아니다. 일상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즉 개인간 에티켓이다.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는 보장구일뿐더러 남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남 앞에 시원하게 내뿜는 재채기보다 잠시 몸을 돌려 조용히 해결하는 작은 습관도 기본이다. 
인천공항으로부터 먼 우리지역은 안전할 것이라는 안일함도 경계해야 한다. ‘비말’은 고속도로를 타고 오지 않는다. 공기를 타고 순식간에 급습한다. 공기가 흐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자유로울 데는 없다. 한 장에 10여만 원이나 한다는 일본산 마스크를 쓸 정도로 호들갑을 떨건 없지만 나와 남을 위한 개인간 비말 에티켓은 그야말로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더 낫다. 
더 이상 ‘알자지라’ TV 방송에 헤싱헤싱한 서울 거리 모습이 비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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