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무궁화 유감
[오늘과 내일] 무궁화 유감
  • 양은용(수필가, 원광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9.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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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아름다움의 백여 가지가 넘는 꽃 모양
무궁화동산이 가꾸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오랫만에 동료들과 황금색 기운이 도는 들녘에 나섰다. 높아진 하늘에 햇볕은 따갑지만 삽삽한 바람 불어 시원한데, 코스모스 춤추는 길가에 잠자리 떼지어 놀아 지루하지 않다. 추석을 지나면 벼 익은 들판이 풍요로움으로 일렁일 것이다. 
잘 다듬어진 도로변에 백일홍이 줄지어 피어 있다. 백일홍은 매화나 벚꽃처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한 더위를 거치면서 이처럼 아름답게 피는 꽃이 흔하지 않다며 화제에 올려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윽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무궁화에 이르고, 같은 시기에 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언젠가 연분홍색 무궁화에 주목한 적이 있다. 연구실 뒤편 소나무숲 가에 핀 연분홍색 두 그루였는데 한 그루는 어른 키 두 길은 될듯 싶었다. 교정을 둘러보았더니 그 밖에도 10여 그루나 더 있었다. 나라꽃이니 한곳으로 옮겨 심어 무궁화동산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힘썼지만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수목원의 종묘나무도 확인하고 우연하게 만난 무궁화매니아를 만나기 위해 멀리 창원지역까지 찾아간 적이 있다. 귀한 가르침을 듣고 상기되어 돌아오는 길가 울타리에 듬성듬성 피어 있는 무궁화꽃을 발견하고는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하였다.
무궁화의 꽃말은 섬세한 아름다움이다. 세상에 나서 가장 많이 부른 노래, <애국가>에 선명하게 새겨진 무궁화는 분명이 우리나라의 상징이다. 섬세한 아름다움에서 이러한 상징을 읽어낼 때 이 나라의 무운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동료들과 이런 아쉬움을 이야기를 하다가 완주 고산에 <무궁화전시관>이 있는 것을 알았다. 일요일이라 개관했을지는 모르지만 멀지 않으니 들러보기로 하였다.
고맙게도 전시관은 열려 있었다. 무궁화천문대라는 간판이 붙은 테마식물원이었다. 2층 건물에는 이름에 걸맞게 무궁화에 관련된 여러 분야를 갖추고 있었고, 친절한 안내가 되어 있어서 일행은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꽃색갈별 큰 분류는 중심부에 단심이 있는 단심(丹心)계, 순백의 배달(倍達)계, 분홍색 무늬가 있는 아사달(阿斯達)계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세부에 들어가면 다시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백여 가지가 넘는 꽃 모양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에서 무궁화에 관한 연구와 개량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드러나 보였다. 관계자를 찾아 알아보고 싶은 말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 가장 큰 무궁화나무는 얼마나 크며 어디에 있는가, 울타리용이 아니라 느티나무처럼 크고 우아한 나무로 개량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진딧물이 생기거나 떨어질 때 지저분해지는 모습을 바꿀 길은 없는가?
밖에 나오니, 주변에 무궁화밭이 있었다. 제철을 맞아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정자를 오르내리며 활짝 핀 꽃모양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다. 고산 수목원을 자주 찾았는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 전시관을 뒤로 하면서 마음속에 여러 염원을 새기고 있었다. 전국 이르는 곳의 마을과 학교 그리고 각급 기관에 큼직한 무궁화나무 혹은 무궁화동산이 가꾸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잘 단장된 도로를 돌아 나오는데 길가에 꽃이 피어 있었다. 어린 아이 키만큼이나 될 듯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다름 아닌 무궁화였다.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다시 되새겨 보았다. 무궁화가 가로수나 울타리용으로 쓰여서 나쁠 것이 무엇인가? 무궁화동산과 같은 나라꽃에 걸맞은 상징적인 것이 전제되고 이런 확산 운동이 전개된다면, 가로수 무궁화를 만나는 당혹감은 오히려 기쁨으로 바뀌거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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