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자기 이름이 새겨진 도장 한 두 개 쯤은 소중히 간직하며 사용하여 왔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는 인감도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은행통장, 대출서류, 토지거래, 상품구매, 지원서, 신청서 등에 늘 이름 옆에 찍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서양의 싸인 개념이 도입되어 도장을 대신하여 사용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지문으로 인식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러 그 사용의 빈도가 낮아지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도장은 나의 상징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계도장이 등장하고 도장포가 줄어들더니, 그 반작용으로 예쁜 ‘수제도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서울의 인사동이나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한 관광지 및 축제현장에서는 즉석에서 도장을 파주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터넷 싸이트에서의 업체들도 성업중이다. 이러한 수제도장은 국내 뿐만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매우 높아 수제도장포를 운영하는 청년갑부가 탄생할 정도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도장의 종류는 아기탄생기념도장, 커플도장, 띠도장, 신앙도장 등 소재 및 형태, 색상, 기법에서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도장은 언제부터 사용되어 왔을까? 중국의 인장사에 의하면 신석기시대의 도기陶器에 주걱같이 생긴 도박陶拍으로 문양을 쳐서 넣으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족휘나 문자를 새겨 넣는 인장으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불리우는 도장의 명칭은 새인?印·인印·장章·도圖·과顆·인장·도장·전각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워졌다. 이는 또한 사용하는 주체에 따라 국새國璽·관인官印·사인私印 등으로 구분되었으며, 사용 목적 또한 실용과 신표의 상징, 완상용, 주술용, 예술작품용 등으로 발전하였다.
나라를 대표하는 인장은 국새, 관청에서 사용하는 인장은 관인, 개인의 이름을 새겨서 사용하는 인장은 사인으로 구분되어, 인장의 소재나 글자의 자형字形이 달랐으며, 인뉴印?로 불리우는 손잡이 문양 또한 다르게 표현되었고, 인수印綬로 불리우는 끈의 색깔도 다르게 표현하였다. 그러나 사인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여 신분 표시를 비롯하여 가축의 소유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의 몸위에 찍거나 장수와 복덕을 빌기 위해 식물 및 동물의 문양을 새겨서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하였다. 특히 새·물고기·수목·건축물 등을 새긴 도장에서는 특정 씨족의 신화와 주술을 엿볼 수 있는데, 새는 조상숭배, 물고기는 생식기원, 수목은 종실의 숭배와 관련이 깊다. 또한 도장에 사슴·토끼·날아가는 새·밭가는 소·전쟁하는 장면·춤추는 무희·귀신과 싸우는 무사 등을 새겨져 있어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 또한 엿볼 수 있으며, 도장을 맹수나 귀신, 병을 쫓기 위해 주술적인 내용을 새겨서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하니 이를 통해 고대인들의 샤머니즘과 토템이즘을 엿 볼 수 있다고도 하겠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의 도장은 나를 대신하는 신표의 상징물이 되었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새기는 작가의 미의식이 담긴 전각이라는 독립된 예술분야로 발전하여 그 품격을 달리하게 되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가는 이 시대에 수제도장의 인기와 유행을 통해 도장의 역사와 유래, 사용목적을 살펴보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해외에 반출된 어보御寶를 반환 받기 위해 우리 국가가 온 심혈을 기울였던 일들은 이러한 도장, 즉 인장의 상징적 의미 때문이며, 개인이 사용하는 도장 또한 그 품격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