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음식 장만하는 추석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음식 장만하는 추석
  • 최수희 번역작가
  • 승인 2018.10.11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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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는 조용히 요리하면서 추석을 지냈다. 지난주에 언급했듯이 친구들에게 추석선물을 돌리기 위해 브라우니를 구웠다. 강의가 끝나면 지난주 내내 브라우니 여섯 판을 구운 셈이었다. 추석 연휴가 시작하고 이삼일 쉬었다가 애플파이 세 판과 레몬파이 한판 그리고 버터 타르트 아홉 판을 구웠다. 초콜릿 퍼지(chocolate fudge)와 나나이모 바(nanamio square)를 만들고 싶었는데 집에 디저트 거리가 너무 많아 나중에 만들기로 했다. 근처 마트에서 세일을 해서 계란 60개를 샀는데, 브라우니 한 판당 계란 다섯 알이 들어갔기에 아직도 계란은 반절이나 남았다. 버터 타르트에는 계란 한 알만 들어갔다. 나머지를 다 처리하려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때 문득 정말 먹고 싶었던 데빌드 에그(deviled egg)를 만들기로 했다. 사람들이 이 음식의 이름을 왜 악마(deviled)라고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만들기에 쉬운 요리다. 집에 있는 재료들을 확인했다. 마요네즈는 있고 소금과 후추는 항상 있는 재료이며 식초라면 몇 리터는 되리라. 계란은 아주 넉넉하다. 머스터드 가루만 없었다. 시각이 밤 열시라서 차를 몰고 어디든 가고 싶지 않았다. 돌아왔을 때 주차할 공간이 없어져 버릴 확률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길가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머스터드 파우더는 보이지 않았지만, 튜브에 들어있는 와사비를 발견했다. 그거면 됐다. 캔디가 진열된 선반을 둘러보다가 초콜릿이 입혀진 호주산 스펀지 토피(sponge toffee)를 발견했다. 한동안 먹어볼 수 없었던 과자였고 언지나 즐겨먹던 거라 단연히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계산대에 이르렀을 때 “그것은 와사비인데요”라고 점원이 말했다. “어라, 멍청이 아니야요”라고 난 대꾸했다. 그도 나도 놀랐다. 상당수 우리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식성에 적응했다고 여길 만큼 나는 이곳에서 충분히 오랫동안 살았다. 나는 생선회를 먹는다. 그 밖의 음식들을 먹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간장소스에 담근 꽃게 간장게장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아무튼 계산을 마치고 가게에서 나왔다.
집에 와서 다시 데빌드 에그(deviled egg)를 만들었다. 계란을 오 분에서 십분 가량 삶아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갈라 노른자를 분리해서 포크로 노른자를 으깬다. 거기다 소금 후추 머스터드 파우더와 와사비 마요네즈 그리고 맛깔나게 하기위해 식초를 넣는다. 반으로 가른 계란 흰자위에 준비한 소(mix)를 얹는다. 맛있다. 늦은 밤 간식으로 그만이다. 며칠간 두고 먹으려고 열네 개 만들었다. 
다음날 은하네 집에 갔다. 어머님께서는 나를 위해 꽃게 4마리를 준비해놓으셨다. 나는 소화불량기미가 있었는데, 아마도 일찍부터 데빌드 에그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이었다. 달랑 꽃게 한 마리만 해치울 수 있었다. 나머지 세 마리는 집에 갈 때 싸가지고 가기로 했다. 언제나 변함없이 은하 어머님께서는 엄청 많은 양의 잡채와 부침개 그리고 밥을 만드셨다. 나는 디저트거리로 만들었던 애플파이 3판 몽땅 그대로를 챙기고 커피 2리터를 가지고 갔지만 우리는 손도 대지 않았다. 모두가 피곤해 했고 돌아가면서 낮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넷플렉스에 이달의 새로운 프로인 토론토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 이야기를 다룬 캐나다 시트콤인 김씨네 편의점(Kim'sconvenience) 두 번째 시즌이 있었다. 몇 시간 일찍 나는 처음으로 이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은하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운로드했다. 특정 한국의 사물에 대하는 나의 반응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은하가 6개월 동안 토론토에서 산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잠들 때까지 그녀는 깔깔거리면서 재미있게 보았다. 밤 11시가 되고 집으로 돌아 가야할 시각 나는 식구들이 깰까봐 조용히 일어났다. 은하는 꽃게 3마리를 싸주었고 나는 작별을 하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이번 추석에도 또 다시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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