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성(사적 제145호) 북문 ‘공북루(拱北樓)’편액이 전북출신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 1770~1847)이 썼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김익두 교수는 최근에 발간한 ‘조선 명필 창암 이삼만 : 민족서도의 길을 열다’(문예원 발간, 255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교수는 최근에 ‘가람 이병기 전집’을 편찬하기 위해 ‘가람일기’ 원본을 교정하던 중에 이 편액이 창암 이삼만의 글씨라는 가람 이병기의 일기 기록이 있어 알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가람 일기의 어느 부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편액엔 ‘신유하완영과객서(辛酉夏完營過客書)’라고 나온다. 김교수는 편액에 기록된 신유년(辛酉年)은 창암의 나이 32세가 되던 1801년이므로 그의 현전 가장 초년의 작품인 만큼 무엇보다도 풋풋함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고 했다. 또, 편액 말미의 ‘완영과객서(完營過客書)’는 ‘완영(완산으로 창암의 성씨 관향이 있는 곳이란 의미)’의 과객(나그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동안 김교수는 이 책을 발간하기 위해 15년 여의 조사 정리와 연구를 거쳐 완성하게 됐다. 특히, 창암의 출생설과 관련 상당한 지면을 할애, ‘정읍 출생설’과 ‘전주 출생설’을 ‘정읍 출생설’로 확증하는 등 심도 있고 다양한 논증을 하고 있다.
이번 책자의 전체 구성은 창암의 출생에서부터 말년 서거와 사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창암의 일생을 평전식으로 흥미롭게 구성하고 있다. 말미엔 작품 감상의 장을 두어 창암의 주요 작품들을 칼라로 싣고, 작품들의 감상과 평가를 기술하고 있다.
김교수는 가람이 남긴 창암 이삼만 유적과 관련한 ‘한벽당(寒碧堂, 전주에 있음) 세마디’란 시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한벽당 올라서 고덕산(高德山) 바라보니
구름과 안개가 가득이 끼었도다
창암(蒼巖) 묵은 자최를 어데멘지 모를레라.
냇물은 파란 빛이 모래는 하얀 빛이
물놀이 하옵는 저 아낙네 고운 빛이
알맞추 그리어 놓은 그림인 듯하여라.
은은한 대숲 길로 찾아드니 옥류동(玉流洞)
이처사(李處士, 三晩 삼만) 노던 곳이 이곳이라 하옵네.
바위에 삭인 글밭은 오히려 새로워라.
김교수는 “서예 전문가가 아닌 제가 이 책을 내게 된 것은, 우리나라 조선 후기 최대의 서민 명필 창암 선생이 우리 서예사에서 아직도 그 변두리에 방치되어 있는 현실에서, 미력이나마 창암 연구의 기본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책을 간행하게 됐다”고 했다.
김교수는 전주고를 거쳐, 전북대 국문과, 동 대학원을 졸업, 학술진흥재단 해외파견 교수(2001), 옥스퍼드대학교 방문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등을 거쳐 전북대 국문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제2회 '객석' 예술평론상(1991), 제3회 판소리학술상(2003), 제3회 노정 학술상(2003) 등을 수상했으며, '전북의 민요(1989)', '전북의 동요(1990)', '판소리, 그 지고의 신체 전략 (2003)', '이야기 한국신화(2007)', '위도 띠뱃놀이(2007)', '한국 희곡/연극 이론 연구(2008)', '풍물굿 연구(2009)' 등 저서와 '제의에서 연극으로', '연극용어 사전', '퍼포먼스 이론', '연극의 이론', '민족연극학' 등을 역저로 두고 있다.
또 그는 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 문단에 나왔다. 그는 첫 시집 『햇볕 쬐러 나오다가』(신아, 1990), 『서릿길』(문학동네, 1999), 『숲에서 사람을 보다』(천년의시작, 2015), 『녹양방초』(문예원, 2018) 등 4권의 시집을 펴낸 바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