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0일. 그의 지인이자 변호인인 A씨는 “최규호 전 교육감이 ‘12일 검찰에 출두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 전 교육감은 약속한 날짜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을 9홀에서 18홀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교육청이 소유하고 있던 자영고등학교 부지를 골프장 측이 매입하는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던 때다.

세간에는 고의 도피설, 정권 보호설, 해외 거주설은 물론 각종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에 대해 “안 잡는거냐, 못 잡는거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전주의 한 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렀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8월 전담팀을 꾸려 최 전 교육감 검거 작전에 나섰고, 3개월 여 만에 그를 체포했다. 공소시효 15년(2023년 6월28일) 중 8년 4개월 가량의 도피 생활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법조계는 최 전 교육감이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는 물론 도피 행각 등으로 인해 가중 처벌을 받아 7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변호사 A씨는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혐의가 추가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10여 년에 가까운 중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전 교육감은 인생 말년에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그는 전북대학교 농과대학 농업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97년 제2대 전북교육위원회 위원과 같은 해 부의장을 시작으로 유?초?중등 교육과 인연을 맺었다.

학교운영위원회장이 선출하던 기존 제도가 운영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뀐 2002년에는 교육위의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출세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04년 8월에는 여세를 몰아 제14대 전북교육감에 당선됐고, 4년 후인 2008년 8월에는 재선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전북교육계 최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2만명 넘는 교육 전문직과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쥔 최 전 교육감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심지어 심의 의결 기관인 교육위원회에서 부의장을 상대로 호통을 치는 등 그의 권위는 ‘하늘을 찌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전직 교육계 공무원 B씨는 “당시 최 전 교육감에게 대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육위 의장도 그의 밑에서 교육국장과 교육장을 지냈던 사람이라 뜻을 거스를 수 없었는데 누가 나설 수 있었겠냐”고 회상했다.

두 번째 교육감 임기 1년을 남긴 2009년에는 임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조작 사건으로 수 개 월 간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사건은 전북교육청 개청 이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측은지심도 있다. 전직 교육계 인사 K씨는 “강할 때는 아무도 나설 수 없을 정도였지만 반면 인간적인 면도 많았던 사람이었다”며 “인생 후반기에 씁쓸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서 3선 도전이 유력시 되던 2010년에는 선거 4개월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학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혀 교육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설이 돌고 있었고 증명이라도 하듯 9월 돌연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2,979일이란 날짜가 흐른 후 팔목에 수갑을 찬 채 돌아왔다. /권동혁?최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