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의 고장, 김제이야기] (14) 우리 땅의 시간을 발로 걷는 일, 익숙한 공간에서 낮선 시간여행, 아리랑을 걷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낮선 곳에서 휴식하며 즐기는 ‘여행’은 지친 현대인이 일순위로 꿈꾸는 로망이 되었다. 여행의 쉼과 환기는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여 일상을 튼튼히 유지한다는 것으로도 역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일상의 자신의 근거지는 쉬이 벗어나야할 곳으로 여겨지고,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인지라 우리 땅의 역사와 만나는 일은 가장 가깝지만 가장 낮설고 먼 여행이 되었다.
김제시는 하반기 청원교육의 한 꼭지로 내 고장 바로 알기 교육 <아리랑을 걷다>를 11. 8 ~ 9일, 양일 간에 걸쳐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의 프로그램 기획 시행으로 추진한다. 교육주제인 ‘아리랑을 걷다’는 일제강점기 김제만경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민족사 40년을 다룬 조정래 선생의 소설 아리랑에서 빌어와, 김제지역 일대의 일제강점기 수탈사를 추적하는 김제답사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 땅에 켜켜이 쌓여진 지난 시간들을 인식하는 순간, 일상의 공간은 시간여행자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첫째 날은 오전 중에 <일제수탈 및 근대 고도성장과 김제>라는 제하의 기조 강연(연구사 정윤숙)으로 시작했다. 김제의 정체성이랄 수 있는 김제 벽골제의 역사를 더투고, 풍요의 이름인 김제가 일제강점기 수탈의 일선이라는 서룬 의미를 갖게 된 궤적을 사료와 사진자료, 인물과 사건을 통해 다루었다.
오후에는 사적 김제 벽골제와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아리랑문학관과 문학마을, 죽산면 하시모토농장, 동진농업주식회사의 광활간척지 답사가 이어졌다. 동진농업주식회사가 간척한 광활간척지의 구 간선도로를 따라 거전 수문지와 새만금공사 중 유실된 일제강점기 옛 제방10㎞의 흔적을 새로 닦인 새만금도로와 함께 둘러보았다. 광활간척지 출신 소설가 임영춘선생의 갯들 낭독의 시간은 더 절실하게 일제강점기 유사체험으로 이어진다.
둘째 날은 오전에 김제 동부 모악산 주변의 종교시설을 답사한다. 국내외 유일하게 4대 종단인 불교(금산사), 개신교(금산교회), 원불교(원평교당), 천주교(수류성당)의 성지가 공존하며, 동학농민혁명의 원평집강소, 후천개벽의 꿈꿨던 증산(甑山) 강일순의 동곡약방, 강증산의 묘가 있는 증산법종교 본부까지 혼란한 시대와 새로운 세상의 꿈들이 가득한 엄뫼를 관통한다.
오후에는 철도 호남선 김제 내 두 개의 거점 중 하나인 부용역과 오오쓰미(大隅) 도정공장, 부용 백구금융조합, 수탈의 제1도로였던 전군가도(全群街道)를 지나 구 만경대교인 새창이다리(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멘트 다리로 1933년 완공)까지 쌀 수탈의 길을 뒤쫓는다. 그리고 김제시내의 사적 김제 관아와 향교, 용암서원을 통해 조선읍치의 내용과 조선읍치 위에 새로운 식민체제의 위계를 덮어씌웠던 김제성산의 김제신사 잔여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김제의 동부에서 서부까지의 공간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확인하며 발로 걷는다. 김제 땅에 켜켜이 쌓인 역사의 길을 쫓아 그 같은 공간 낮선시간 여행을 통해 지금과 이후의 ‘길’을 생각한다. 등잔 밑에 빛을 비추어 우리를 반추하는 일,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되돌아보는 낮선 시간여행이다.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학예연구사 정윤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