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1초 가 급한데… “비켜주세요”
1분1초 가 급한데… “비켜주세요”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8.11.08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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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은 커녕 소방차 앞으로 파고드는 얌체 운전자
탑승까지 10초, 진로방해-불법주정차로 도착까지 10분 이상 소요
“국민 안전과 보호 위해 최선 다하는 만큼 적극적인 협조" 당부
소방관들이 화재와 응급상황시 골든타임인 5분을 넘기지 않기 위해 피를 말리며 출동에 나서지만 7일 저녁 상가밀집지역에 들어선 소방차가 불법주정차 차량과 보행자들로 꼼짝도 못한 채 멈춰서 있다. /오세림 기자
소방관들이 화재와 응급상황시 골든타임인 5분을 넘기지 않기 위해 피를 말리며 출동에 나서지만 7일 저녁 상가밀집지역에 들어선 소방차가 불법주정차 차량과 보행자들로 꼼짝도 못한 채 멈춰서 있다. /오세림 기자

 

“훈련 출동 시작합니다.” 지난 7일 오후 6시 40분. 전주 덕진소방서 금암1센터 스피커에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출동 대기 중인 4명의 소방대원이 소방차에 탑승해 차량을 출발 시키는데 소요된 시간은 단 10초. 대원들은 출동 중인 소방차 안에서 방화복 차림으로 변신했다. 현장 도착 시간을 단 1초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기자는 이날 전북대 구정문 상가 밀집 지역의 화재를 가상한 훈련 출동에 동행했다.
소방서를 벗어 난지 1분도 안 돼 대원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전북대 방면의 상습 정체구간에서 차량 장벽에 가로막혔다. “위이잉~” 소방관들은 ‘길을 터 달라’는 뜻에서 사이렌을 계속 울렸지만 ‘모세의 기적’ 같은 것은 없었다. 앞선 차량 중 단 한 대도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원들은 다급해졌다. “파고들 수 있겠어? 일단 들어가 봐!” 그 때 오히려 차량 한 대가 얌체같이 소방차 앞으로 끼어들었다. “좀 더 빠른 길 없던가?” 대원들의 ‘진땀 출동’은 계속됐다.
‘백제대로’ 정체 구간을 벗어나 상가 밀집 지역으로 접어들자 ‘불법 주정차’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소방차 뒷좌석에 탑승해 있던 대원들은 재빨리 차에서 뛰어 내렸다. 주차 돼있는 차마다 돌아다니며 차주와 통화를 시도했다. 수화기 너머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기계음이 여러 번 되풀이 됐다. “이럴 때면 정말 시간을 붙잡고 싶습니다” 소방대원의 한탄이 들렸다. 
“입간판 좀 치워주세요”, “길 좀 비켜주세요”, “차 좀 빼주세요!” 대원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한 대원은 “오늘은 그래도 차가 덜 밀려 양호한 편”이라며 “길을 터 달라고 사이렌을 울리고 방송도 해보지만 길을 내주는 차량은 정말 소수다”고 푸념했다.
골목길에 놓인 입간판 등을 비롯한 까지 소방차 진입 방해요소는 곳곳에 존재했다.
이날 목표 장소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17분. 화재 발생에 따른 소방차 출동 골든타임 5분 보다 12분 초과됐다. “사실 완전히 실패한 작전입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더 문제지요” 훈련 출동을 지휘한 팀장은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지난 6일 오후 송천동의 한 원룸촌에서 불이 났는데 진로방해, 불법 주정차로 현장 도착까지 10분 이상이 소요됐다”며 “구조가 필요했던 사람이 창문을 통해 불을 피하고, 건물에 다른 사람은 없어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소방대원들은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소방차와 구급차 출동에 적극적인 협조를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현행 소방법은 화재 진압에 방해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밀어내고 진입하는 등 모든 강제력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잉 대응 논란 등의 우려로 거의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9일은 제56주년 소방의 날이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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