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보헤미안 렙소디

 

동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탄자니아를 말하면 대뜸 떠오르는 게 킬리만자로 산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동물의 왕국’에서 익숙해진 세렝게티 사파리 국립공원 정도다. 
나도 3년 전 까지만 해도 그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잔지바르를 다녀온 후 부터 나에게 탄자니아를 물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잔지바르’ 섬을 앞세운다. 
수도 다스살렘에서 출발한 잔지바르 행 경비행기의 하늘 위에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천국'을 현실 속에서 들여다 보고 있었다. 바닥이 훤히 드려다 보이는 투명한 바다, 끝도 없이 펼쳐진 백사장을 바라보며 이미 넋을 놓고 있었다.
잔지바르를 강력 추천하는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잔지바르 시내를 둘러 보다가 전설의 락밴드 ‘퀸’의 가수인 ‘프레디 머큐리’의 생가를 발견했다. 여행 중 얻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잔지바르는 바로 ‘프레디’의 어릴 적 고향이다. 
젊은 시절 ‘퀸’의 노래를 제대로 아는 것은 없지만 ‘마마~’ 하며 절규하듯 시작하는 그 첫 소절 하나만으로도 청춘의 가슴을 헤집어 놓기에 충분했었다. 그의 생가를 둘러보며 마치 헤어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가슴이 설렜다. 잔지바르 여행 내내 ‘마마~’를 얼마나 흥얼거렸는 지 모른다. 
2018년, 요즘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나의 가슴 속에 다시 ‘프레디 머큐리’ 가 살아 돌아와 낡아진 감성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보헤미안렙소디’라는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그의 밴드 ‘퀸’과 함께 ‘마마~’의 폭발음을 토해내고 있다. 
‘퀸 좋아한다고 밥이 나와 쌀이 나와?’ 라며 나이 먹고 주책을 떤다고 빈정대지만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던 청춘에게 그들의 절규는 정신적 밥이고 쌀이었다. 잔지바르에서 보았던 프레디의 추억 소환은 잠시 이탈되었던 나의 감성을 다시 추슬러준 것이다. 
영화 속에서나마 다시 만났던 ‘퀸’은 ‘므드셀라 증후군’을 앓고 사는 우리의 감정선을 다시 한번 흔들어 주었다. 므두셀라 증후군이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므두셀라에서 유래한 것으로 과거를 실제보다 아름답게 포장해 추억하려는 심리로 일종의 기억 왜곡 현상이다.
가난함에 대한 증오와 세상에 퍼붓는 저주로 몸부림 치던 시절, ‘ 마마~ 사람을 죽였어요, 난 죽기 싫어요, 난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요’ 같은 섬뜩한 첫 소절에 벌써 울컥했었다. 극단적인 노래 가사는 아이러니 하게도 삶의 무게에 지쳐가던 우리에게 다시 주먹을 불끈 쥐게 했다. 세상의 순리만을 강요 받던 시절을 다독였던 노래였다.
이제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기억은 우리의 므드셀라 증후군 속에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 각박한 삶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의 보헤미안들을 하나의 랩소디 감성으로 불러낸 영화 ‘보헤미안렙소디’! 잔지바르의 해질녘 해변에서 듣는 몽환적인 상상의 나래를 다시 펼쳐본다. 아~ 나의 삶에 영원할 수 있는 나의 랩소디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