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핑계대고 여전한 해외여행
연수 핑계대고 여전한 해외여행
  • 최정규 기자
  • 승인 2018.11.25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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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해외연수 실태 (상)
전북대 7,000만원 들여 유럽 직원 연수
연관 방문 장소 3곳뿐, 나머지는 관광

자치단체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선진지 견학’을 명분 삼아 매년 직원, 간부, 기관장 등의 해외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연수가 당초 목적과 다르게 여행으로 변질되거나 불법적인 돈까지 오고가는 사례가 발생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송성환 전북도의장이 해외 연수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지는 전북대학교와 전주시 등의 해외연수 사례를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지난 7월13일 전북대 직원 23명의 7박9일 일정으로 유럽의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했다. 명문대학 탐방을 통해 해당 대학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직원의 국제적 역량을 키운다는 것을 명분으로 걸었다.
연수 경비는 1인당 307만3,000원으로 총 7,067만9,000원이 들어갔다. 연수에 들어간 돈은 모두 대학이 부담했다.
하지만 이들의 일정 동안 목적에 부합한 것은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 이탈리아 로마 라사피엔자 대학, UTBM 대학 등 3곳뿐이었다. 이외 일정은 에펠탑, 에투알개선문,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스칼라 극장, 마르코 대성당, 미켈란젤로 광장, 콜로세움 등 유명 관광지로 채워졌다.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이들의 해외연수보고서는 ‘형식은 연수를 취했으나 실질은 여행에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정도도 수준이다.
이들이 방문했다는 3곳의 대학 중 파리 소르본대학은 약 50분 동안 방문한 것으로 기록됐다. 방문 내용은 ‘대학 현황 파악, 캠퍼스 투어 및 시설 답사’라고 적고, 담당자는 ‘김OO 가이드’라고 썼다. 수 천 만원을 들여 연수를 떠나놓고 교육 기관이라고 딱 3곳, 그 중 한 곳은 가이드 따라다니며 건물 구경하고 기념사진 정도나 촬영한 셈이다. 이 대학에 관한 글이 담긴 보고 내용은 A4 용지 1장 정도가 전부다.
로마의 사피엔자 대학은 이 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방문시간이 딱 30분이다. 담당자는 ‘이OO가이드’라고 적혔다. 30분 동안 촬영한 사진도 올려놨다.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파악을 했는지, 대학의 개요와 전공과정은 물론 대학의 강점도 보고서에 올렸다.
이후 연수보고서는 유명관광지 탐방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마저도 보고서는 인터넷을 통해 짜깁기한 내용으로 상당수가 채워졌다. 일부 내용은 유명 포털 사이트에 등록돼 있는 내용이 그대로 보고서를 도배했다. 그나마 산마르코 성당 같은 곳의 설명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엉뚱한 내용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일부 일정 내용에는 “더위를 잠시 시킬 수 있었던 생맥주가 우리를 잠시 머물도록 했다”고도 적혔다. 문화탐방이라고 명칭이 붙은 보고서 대부분은 ‘문화유산을 잘 보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되고 있다’ 등의 내용이다.
전북대 측은 이런 연수를 추진하고도 “결코 외유성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해외 연수의 일정은 여행사와 상의한 끝에 구성한 것이고 관련 대학을 방문해 해당 시스템 등을 확인했다. 결코 외유성 연수는 아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은 인정하고, 앞으로 연수를 진행할 때 보고서에 관련한 내용을 철저히 교육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기관들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서 연수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여행사에 특정 장소 방문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연수 자체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연수에 참여한 당사자들도 본인들이 연수보다는 여행 위주 일정을 따라다닌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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