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콩(도두)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그 크기에 ‘와!’ 소리가 절로 날 것이다. 어른 손바닥보다 훨씬 큰 꼬투리에 한 번, 손가락 마디 하나만큼 큰 콩 크기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작두콩은 중국 약학서 <본초강목>에 종기나 치질, 화농성(염증)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민간에서는 예부터 장과 위를 보호하고 속을 따뜻하게 하며 신장의 기능을 돕고 원기를 보호하며 비염과 관절염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하여 말려서 차로 우려먹어왔다.
2010년 틈새 소득 작목으로 전남 화순에 작두콩이 처음 도입된 이후, 점차 재배농가가 늘어났으며 먹기 편한 차 등으로 가공되면서 판매량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몇 차례 다루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화순에서는 작두콩 90% 이상이 미성숙한 어린 꼬투리 상태로 수확되고 있다. 일반적인 콩이 콩알을 먹고 꼬투리를 버리는 것과 달리, 작두콩은 콩알은 콩알대로 수확하여 사용하고, 미성숙한 어린 꼬투리는 차로 만들기 때문이다. 콩알뿐만 아니라 꼬투리까지 작두콩 전체를 말린 후 덖어내야 맛과 향은 풍부하고 영양은 높은 작두콩 차가 완성된다.
그런데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이 개정되면서 작두콩 차 생산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작두콩 꼬투리가 식용할 수 없는 부분이라 식품위생법에 위반되며, 판매를 하면 안 된다고 제재가 들어온 것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농가 소득원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오던 작두콩 차가 하루아침에 판매 불가 처분을 받았다. 작두콩 재배 농가는 물론 가공과 유통에 종사하는 농업인에게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작두콩 꼬투리가 식품원료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아 작두콩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작두콩의 어린 꼬투리가 식품원료로 등재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식용 근거와 안전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자료를 수집 확보했다. 그 결과, <본초강목> 등 다수의 문헌에서 작두콩 꼬투리 먹는 방법과 효능이 소개돼 있었으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식품 및 사료 분류 코드에 작두콩 꼬투리가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작두콩 꼬투리의 식품원료등록을 제안했다. 같은 해 6월 정책제안심의에 통과했으며, 12월 작두콩 꼬투리는 식품원료로 고시 등재되었다.
판매 중지가 된 순간부터 고시 등재가 확정된 지난해 12월까지 작두콩 재배 농가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마음 고생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이제 작두콩 어린 꼬투리에 대해 식품원료로 제한적 사용이 가능해졌으니 재배 농가, 그리고 가공과 유통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의 ‘소득 안정’으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또한 작두콩이 전남 화순의 지역특화작목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화순군농업기술센터는 내년 1월부터 추진하는 새해영농설계교육에 작두콩 꼬투리의 제한적 사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농촌진흥청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작두콩 꼬투리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매섭다. 작두콩 꼬투리가 듬뿍 들어간 구수한 차 한 잔으로 추위도 이기고, 건강도 챙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