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야구보고, 그랜드캐니언 구경이 연수냐”

[■공공기관 해외연수 실태] (중) 전주시 매년 시민세금으로 직원 연수 “관광지 가는것도 업무역량 강화”주장

자치단체를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들이 선진지 견학과 벤치마킹 등을 명분으로 매년 해외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연수의 실상은 대부분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여행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각 기관들이 이런 연수를 추진하고도 이를 자각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같은 일이 반복 되도 ‘철밥통’의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전북대학교의 해외연수 실태에 이어 전주시의 아연실색할 수준의 연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전주시는 매년 60번 넘는 해외연수를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내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만 보더라도 올해 10월까지 모두 457차례에 걸쳐 연수가 추진됐다.
2013년 68회, 2014년 62회, 2015년 79회, 2016년 71회, 2017년 86회, 2018년 91회 등으로 여행국은 태국 같은 동남아부터 중국, 유럽, 미국 등 다양하다.
지난 4월의 경우, 시 공무원 12명이 10박13일 일정으로 미국을 찾았다.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문화자원과 인프라 활용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 연수에 들어간 비용은 5,400만원이고, 모두 시민의 혈세로 충당했다.
연수자는 전주동물원, 맑은물사업본부, 완산도서관, 완산구 행정지원과 직원 등으로 구성됐다. 직접적으로 관광과 관련한 부서는 없었다.
이들의 일정은 로스엔젤레스(LA)의 유니버셜스튜디오와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뉴욕의 백악관, 독립기념관, 나이아가라 주립공원, 자유의 여신상 등 대표 관광지로 채워졌다.
보고서는 인터넷만 검색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이 주류다. 전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해당 지역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내용은 A4용지 1장에 3가지 내용으로 압축됐다.
벤치마킹에 대한 관광산업을 추진해야 할 부서로는 ‘문화정책과 관광산업과, 생태도시계획과’라고 적었다. 일부 일정 내용에는 ‘바람에 대비해 따뜻한 옷차림을 하는 것이 좋다’, ‘유명한 지역이다’는 등의 극히 형식적 내용이 들어갔다.
전주시 관계자는 “문화관광지를 가는 것도 직원들의 문화 관련 업무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외유성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1명의 시 직원들이 다녀온 미국, 캐나다 해외연수는 더욱 심각했다. 명분은 ‘대중교통과 관련된 각종 시스템과 선진 사례 견학’, ‘전주시의 대중교통 활성화 도입과제 방향 모색’을 내걸었다. 하지만 여행 일정은 교통과는 전혀 관계없는 관광지로 도배됐다. 
워싱턴 광장, 세계무역센터, 독립기념관, 나이아가라 폭포, 제트보트와 헬기투어, 아이스와인공장,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을 견학했다. 보고서에는 해당 지역의 교통상황을 소개했지만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내용과 언론자료 등을 활용했다. 
전주대학교 관광학과 A교수는 시의 연수 일정을 보여주자 “관광을 하러 간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지자체의 해외연수는 목적성부터가 두리뭉실하고 여행 일정의 준비성도 부족하다”면서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갔다면 방문 국가의 관련 기관과 방문을 포함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지 시스템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관계자를 반드시 섭외해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 ‘외유성 출장’은 최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하지만 매년 비슷한 일정이 반복되고 있다.
서윤근 전주시의원(우아1·2동, 호성동)은 “제출 계획서상의 주제와 목적이 상당 부분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류현진 야구경기 관람, 헐리우드,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넌 등 유명관광지 방문이 전주시 발전과 무슨 상관이냐”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글로벌 테마연수 사업이 공무원 사기진작과 공무원 복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지만 시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외유적 성격의 국외연수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최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