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십여년전부터 캘리그래피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이를 순수한 우리 말로, ‘손글씨’ ‘멋글씨’라고 부르기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예쁘고 멋진 글씨에 담아 표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예술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용어의 어원은 아름다운 서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전문적인 핸드레터링 기술을 뜻하는데 이중에서 calligraphy의 Calli는 미(美)를 뜻하고, Graphy는 화풍, 서풍, 서법, 기록법의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캘리그래피는 서도(書道) 나 서예(書藝)의 영어사전적 번역어였다.
국어사전에도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 좁게는 ‘서예’를 이르고 넓게는 활자 이외의 모든 ‘서체(書體)’를 이른다.”라고 되어 있으며, 또 일부 사전에서는 “필기체·필적·서법 등의 뜻”으로 보면서도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으로도 보기도 한다. 또는 더나아가“조형상으로는 의미전달의 수단이라는 문자의 본뜻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가는 효과, 여백의 균형미 등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뜻한다.” 라고 정의하여 미술적인 요소를 가미한 글씨체라고 확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유행하고 있는 캘리그래피는 서예적 요소와 디자인적 요소의 결합에서 탄생한 분야로 즉, 붓에 한정되는 서예와는 달리 서사도구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필법의 엄격함에서도 벗어나 개성적인 표현과 시각적 디자인을 중시하여 쓴 아름답고 개성있는 글자체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순수 예술적 영역에서 보다 실용적인 영역에서 더욱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캘리그래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손 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시각 예술적 표현으로 일반 글씨와 달리 상징적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특징과 글씨의 크기ㆍ모양ㆍ색상ㆍ입체감으로 미적 가치를 높일수 있는 효과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를 통해 쉽게 다양한 작품 및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라도 쉽게 접근할 수가 있는 잇점이 있다. 특히 재료에 있어서도 붓 외에 나무젓가락 · 솜 · 옥수수 · 칫솔 · 이쑤시개 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회화적 표현을 할 수 있으며, 엽서 · 액자 · 가방 · 옷 · 티셔츠 · 간판 ·로고 등에 디자인, 상표로도 활용되어서 접근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캘리그래피가 글씨에 다양한 디자인을 담아 글씨체 자체로 인정받고 있음은 환영할만하나 때로는 서예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붓의 운필에 의한 율동성과 조형성을 벗어나 지나치게 과장적 표현들은 오히려 저속한 느낌을 주기도 하여 우려스럽기 조차 한다.
이제 우리의 전통예술중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정신적 예술인 ‘서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본연의 예술성을 회복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국회에서도 ‘서예진흥법’이 통과되어 많은 진흥정책과 지원이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한글’을 중심으로 한 서예발전을 기대해 보며, 캘리그래피의 열풍과 같은 서예열풍을 갈망해 본다.
/이승연(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