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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폭력… 목숨 건 야간 알바

취객 시비, 봉투값 시비 등 감정 노동 극심 pc방 살인사건 영향, 알바생 구하기 어려워 국회서 `야간 알바 보호4법' 발의 움직임

지난 10월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손님인 김모(30)씨가 아르바이트 직원인 신모(20)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PC방 내에서 벌어진 사소한 다툼이 부른 참극이었다. 사건 후 야간 아르바이트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 PC방과 편의점 등에서 야간 알바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정작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업주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도대체 야간 알바는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것일까. 20대 초반의 여성인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알바 체험은 업주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3일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이뤄졌다.



<전주 덕진구 송천동 OO편의점, 양정선 알바생의 시간대별 ‘진땀 기록’>

#1. 2일 밤 11시. 알바 시작 전 사전 교육이 시작됐다. 계산대 조작부터 상품 진열 등의 교육이 끝나고 위험상황 발생시 대처 요령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편의점 알바 교육 중 가장 중점이 이 내용이다. 비상벨 위치 등을 꼼꼼히 숙지하고 나니 알바 시작 시간에 가까워졌다. 



#2. 3일 새벽 12시30분. “나의 갈매기~” 알바 시작 30분 만에 술을 마신 남성 2명이 노래를 부르며 들어왔다. 한참 카운터 앞에서 서성이던 이들은 “한 잔만 더 하고 가자”며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퇴근 준비를 하던 전 타임 알바생은 “이정도면 양호한 편이다”며 본인을 달랬다.

십 여분 실랑이를 벌이던 이들은 맥주 4캔을 들고 카운터로 왔다. 얼굴은 취기 때문인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봉투 20원인데 드릴까요?”라고 묻자 “봉투를 돈 주고 파냐?”며 호통이 돌아왔다. “정부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라는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술 취한 남성을 설득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봉투 값은 사비로 해결했다. ‘단 돈 20원 때문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 출혈이다.



#3. 새벽 1시. 20대로 보이는 커플이 들어왔다. 술과 과자 등을 사더니 매장 내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매장 내에서는 술을 드시면 안 됩니다.” 어린이들도 이용하는 공간이라 편의점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 하지만 술에 취한 이들에겐 타협이란 없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럼 편의점에 테이블을 왜 뒀냐”, “싸가지가 없다”, “민원을 넣겠다”는 등 온갖 험담과 욕설이 쏟아졌다.

‘비상벨을 누를까’ 싶었지만 ‘이런 일로 비상벨을 눌러도 되나?’하는 생각이 뒤따랐다.

고민 끝에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커플은 “재수없다”는 말을 남기고 편의점을 떠났다.



#4. 새벽 3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 한 명이 편의점에 들어왔다. 심장이 쿵쾅 거리다 못해 멎는 듯 했다. 자연스럽게 비상벨 위치를 확인하게 됐다. 알바 체험을 하는 중 가장 두려운 순간이었다. 편의점에는 여자인 나와 ‘마스크맨’ 단 둘이었다. 다행히 남성은 담배 두 갑만 사고 편의점을 떠났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지만 떨리는 손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5. 새벽 4시. 드디어 교대 시간이다. 태어나서 이토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얻은 수입은 수습기간 적용으로 2만8,800원이다.

‘체험인데 돈까지 준 사장에게 고마운 마음과 3만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이런 불안 속에서 일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간에 편의점에서 일하면 최저임금의 50%가 더 붙는다. 주간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돈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묘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주취 손님은 물론 최근 PC방 살인사건까지 현장에서 겪는 크고 작은 피해 때문에 야간 알바를 기피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알바노조 알바연대’가 지난해 12월 전·현직 편의점 노동자 4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알바생이 손님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사례는 54.5%로 절반이 넘는다.

야간 근무자는 피해 사례가 더 많다. 폭언·폭행을 경험한 야간 알바생은 62.6%로 주간 49.8%보다 12.8% 높았다. 폭행 경험만 보면 야간 근무자는 12.2%, 주간 근무자는 6.0%였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A(여·23)씨는 “술에 취한 손님들이 던지는 성적인 농담에도 혹시나 피해를 입을까봐 웃으면서 비위를 맞춰야 했다”면서 “야간 알바가 시급은 많기는 하지만 그 만큼 위험이나 어려움도 많은 게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9일 ‘강서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야간알바 보호4법’을 발의했다. PC방과 편의점 등 심야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하는 청년을 포함한 야간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안전대책 마련과 긴급출동 시스템 구축 등이 담겨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고객에게 무조건적으로 친절해야 한다’는 의식부터가 문제”라면서 “알바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 등을 위해 야간알바 보호4법의 빠른 입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양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