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전주 백산자
[온누리] 전주 백산자
  • 이종근
  • 승인 2018.12.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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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이하곤(李夏坤, 1677~1724) 의 '전주의 풍속과 토산물을 노래하다. 장난삼아 오체(오체)로 짓다(述本州風俗土産 戱爲吳體 進退格)'란 시가 생각난다.'전주의 풍요로움 팔도에 드물고 토속 민풍이 도읍과는 다르네. 추녀는 누런 머릿카락에 말아 올린 머리 삐딱하고 약삭빠른 녀석은 하얀 얼굴에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었구나. 마을 사람들은 패랭이 쓰기를 좋아하고 가게에는 모두 백산자(白散子)가 놓여 있네. 생강 수염으로 만든 절임은 그 맛이 일품이니 북쪽 객은 새 맛을 보고는 돌아갈 길 모르네.(全州饒富八道稀 土俗民風異京師 醜女髮黃偏大䯻 狡童面白更鮮衣 居人愛戴平凉子 列肆都排薄散兒 薑鬚作葅味㝡美 北客新甞頓忘歸)'
이 시는 전주 생강과 박산(薄散)이 소개된다. 박산은 백산자(白散子)를 말한다. 이하곤은 1722년 전라도 일대를 유람하는 길에 전주에 들러 시장을 본 기록을 남기고 있다. '12월 12일 박지수와 경기전(慶基殿)에 갔다. 민지수도 왔다.…회경루에 올라 시장을 바라보았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빽빽이 모인 것이 흡사 서울의 종로의 오시(午市) 같았다. 잡화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패랭이와 박산이 반을 차지했다' 또 '남유록(南遊錄)'은 이하곤이 호남지방을 유람하면서 견문한 내용을 기록한 바, '전주시장에 진열된 상품 중에 평량자( 平凉子)와 박산(薄散) 이 그 반을 차지한다' 고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백산자는 전주에서만 만드는 음식으로, 산자에 잣이나 호두를 붙인 과자의 일종이다. 이는 찹쌀 반데기를 튀긴 쌀로 만든 조청에 담궜다가 고물을 묻혀 만든 한과를 의미한다. 전주의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박산은 요즘 말로 하자면 쌀강정이다. 박산을 전주에서 잘 만드는 것은 엿이 좋기 때문이다. 
허균은 ‘도문대작’을 통해 “개성 엿이 상품이고 전주 엿이 그 다음이다. 요즘은 서울 송침교 부근에서도 잘 만든다.”고 했다. 전주의 엿은 전국에서 두 번째였다고 했다. 그는 또 ‘백산자’를 소개하면서 속명은 ‘박산’으로 전주 지방에서만 만든다고 했다.(白散子。俗名薄散。唯全州造之。 백산자(白散子) : 속명은 박산(薄散)인데, 전주지방에서만 만든다)
전주가 품질이 좋은 엿의 생산지였기 때문이다.‘세종실록’ 3년(1421) 1월 13일조에 의하면, 예조에서 진상하는 물목을 아뢰면서 ‘백산엿은 오직 전주에서만 만드는 것’이라고 하고 있으니, 그 전통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 산자는 고물의 색에 따라 홍산자, 백산자, 홍백산자 등으로 나뉜다. 오는 7일이면 대설이다. 이날 눈이 온다면 사방 20cm가 넘는 넓적하고 두꺼운 떡으로 입에 물면 바스스 부서지면서 사르는 녹는 맛이 일품인 눈처럼 희고 소담한 백산자를 먹고 싶다./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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