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700만원 쓰며 '호화도피'

교수행세하며 테니스 등 동호회 활동 즐겨 도피 기간 중 사용한 금액 4억9,000만원 병원진료 기록이 도피생활 발목 잡아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중 잠적한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이 8년 2개월간 ‘황제 도피’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교육감의 호화로운 도피 생활의 이면에는 친동생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19일 전주지검은 최 전 교육감의 도피 생활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그에게 국민건강보험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사문서 위조, 사기 등 6개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최 전 교육감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도피를 도운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도 불구속 기소하고, 다른 조력자 9명은 약식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교육감은 한 달 생활비로만 700만원을 사용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롭게 살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 2010년 9월12일 “자진 출석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잠적하면서 올해 사망한 친형으로부터 1억원의 현금을 받아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주 초기에는 찜질방을 전전했지만, 서울을 거쳐 이듬해 4월에는 인천에 자리를 잡았다. 매달 약 700만원을 쓰며 테니스·골프·댄스·당구 동호회 활동을 즐겼다. 도피기간 동안에는 자신을 ‘김 교수’, ‘서 교수’라고 소개했다. 
주식도 했다. 거래된 주식 금액은 수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압수한 차명 주식 계좌 5개에는 1억원 가량이 있었다. 최 전 교육감이 살던 인천 연수구 아파트(24평)에선 현금 395만원도 발견됐다.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이 도피 기간 실제 쓴 금액은 수사에서 드러난 4억9,000만원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진료도 자유롭게 받았다. 동생인 최 전 사장이 제공한 3명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총 84곳의 병원과 약국에서 1,026회의 진료를 받기도 했다. 미용시술까지 받은 증거도 있다. 
동생인 최 전 사장은 도피 초기부터 최 전 교육감과 차명 휴대전화로 수시로 통화 했고, 직접 만나 도움을 주기도 했다.
3선 국회의원(김제·완주)을 지낸 최 전 사장은 의원 시절 보좌관과 수행비서, 농어촌공사 비서실장 등 부하 직원 3명에게 지시해 차명폰과 차명계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본인과 보좌진 인적 사항을 넘겨 최 전 교육감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여 2,130만원의 요양급여비용까지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15년의 공소시효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던 도피생활은 병원진료기록으로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8월 최 전 사장이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최 전 교육감이 국내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기록이 남은 것이다.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외국에 있는데 어떻게 진료를 받을 수 있냐”며 문제를 삼았다. 하지만 최 전 교육감이 진료를 받은 것은 밝혀내지 못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의료기록을 역추적, 지난달 6일 오후 7시20분께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한 식당에서 그를 붙잡았다.
김관정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신뢰구축에 역행하는 전형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 전 교육감은 특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