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업체와 달리 연령 제한이 없고, 가격도 저렴해 빌렸는데 사기일줄 몰랐죠.”
A(여·21)씨는 지난 8월 친구들과의 여행을 위해 렌터카를 알아보던 중 전주의 한 ‘전연령 렌터카’ 업체를 찾았다. 나이 제한도 없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차량 반납 과정에서 벌어졌다. 업체 직원이 A씨에게 “차량에 흠집이 있으니 수리비를 달라”고 요구한 것. 이 직원은 “50만원선에서 해결하던지, 계약서대로 하던지 결정하라”며 A씨를 압박했고, 겁이 난 그는 직원의 요구대로 현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 흠집은 업체 직원이 고의적으로 발생시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전연령 렌터카’가 수리비 폭탄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어 이용자 주의가 요구된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전면허 취득 1년 미만의 미성년자도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빌릴 수 있다. 반면 업체들은 통상 만 21세 이상, 면허취득 1년 이상의 운전자만 계약이 가능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나이와 운전 경력이 사고 발생과 연관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전연령 렌터카는 관계법과 현실의 괴리를 파고들어 면허만 있으면 차량을 대여해 주는 방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차량 대여 기준과 달리 보험사는 ‘자기차량손해보험’ 특약을 가입해 주지 않아 사고가 나면 운전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이런 맹점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운전자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26일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붙잡힌 이들이 그렇다. 경찰은 렌터카에 고의로 흠집을 내고 고객에게 책임을 떠넘긴 혐의(사기 등)로 대전의 한 조직폭력배 조직원이자 렌터카 업체 소장인 B(23)씨를 구속했다. 또 범행을 도운 C(22)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전주와 대전의 한 렌터카에서 영업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반납 받은 차량에 고의로 흠집을 내고 고객 50여 명으로부터 3,000여 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손님이 차량을 반납할 때 차량 상태를 살피는 척하다가 미리 숨겨온 족집게 등으로 외관에 흠집을 냈다. 이후 고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수리비 명목으로 1건당 20만~90만원을 뜯어냈다. 피해자들은 주로 여성이나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안된 미성년자였다. 8월 한 달 전주지역에서만 24명의 피해자가 생겼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배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1건당 5만~10만원을 챙겨주며 범행을 돕도록 했다.
경찰조사에서 B씨는 “고의로 흠집을 낸 게 아니다. 정말 차에 흠집이 있어 수리비를 받았을 뿐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차와 관련된 상식이 부족한 젊은 여성이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며 “유사한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다른 렌터카 업체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차를 빌리기 전에는 차 상태와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야한다”며 “자차 보험을 반드시 들고 차량을 사진으로 남기는 등 조심하는 게 우선”이라고 당부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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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령 렌터카… 사고 나면 수리비 폭탄
운전면허 취득 1년 미만 미성년자도 렌터카 이용 가능 `자기차량손해보험' 특약 가입 안해 운전자 부담 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