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양성평등’이 보편화되고 있다. 법률과 제도로 남성과 여성, 어느 일방이 불이익을 받는일도 사라진지 오래다. 얼마전 불기 시작한 페미니즘 열풍은 되레 남성들이 소외받고 있다는 자조마저 나돈다.
하지만 아직도 유리천장은 견고하다. 제복을 입는 계급조직에서는 더 견고하다. 하지만 하위직으로 공직에 들어와 직업의 꽃이라는 경찰총경과 소방정에 오른 두 승진자가 있다. 최근 있었던 승진인사에서 총경승진예정자로 내정된 이인영 계장과 소방본부 인사에서 소방정에 내정된 전미희 팀장이다.
△전북경찰 73년 역사 첫 여성 총경, 이인영 여성보호계장
여성 경찰의 역할이 많지 않았던 시절 순경으로 시작해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을 달기까지 한 순간도 ‘정의’를 잊은 적이 없다. 1945년 전북지방경찰청이 신설된 후 7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경이 된 이인영(51) 전북지방경찰청 여성보호계장 얘기다.
이 계장은 1967년 임실에서 3남 3여 중 막내로 태어나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은 경찰로 연결됐다. 그의 첫 근무지는 면허시험장이었다. 1990년대 경찰은 “면허시험의 부조리를 끊겠다”며 교통과 내 면허계를 운영했다. 당시에는 경찰 내 여성의 역할이 크지 않아 여경은 ‘시험관’ 역할을 하는 면허계에서 주로 근무했다.
4년간 면허시험관을 한 이 계장은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일했다.
이 계장은 “각종 서류작성과 보고, 시험 감독 등으로 4년간 쉴 틈이 없었다”면서 “무엇보다 제대로 된 경찰업무를 하지 못해 ‘내가 이러려고 경찰이 됐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경장으로 승진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994년 전주 덕진경찰서 민원실로 발령됐다. ‘이제 제대로 된 경찰 생활을 시작하나 보다’는 기대감도 잠시. 각종 악성 민원과 어려운 업무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지금처럼 디지털화 돼있지 않고 당시에는 모두 수기였다. 운전면허 적성검사 갱신을 하지 못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작업 중 공문서를 쓰레기통에 버려 혼이 났던 기억이 난다”며 “인수인계는 물론 아무도 민원업무에 대한 교육도 가르침도 없었다. 업무를 하나하나 처리하면서 실수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2005년 덕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계, 2012년 부안경찰서 생활안전과 내 여성청소년팀, 2013년 덕진서 여성청소년과, 2015년 전북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등을 지내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알게 됐다.
이 계장은 “과거의 학교폭력은 물리적인 폭행이었고 경찰의 역할은 입건하고 수사하는 것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이버, 성추행 등 다양한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가해자와 피해학생 모두를 교감을 통해 살피는 등 사후 관리까지 하는 것이 경찰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접근방식도 각 분야의 전문가를 투입하고 세분화해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 총경 승진을 앞 둔 그는 더욱 각오가 남다르다.
이 계장은 “여성청소년 부서에만 있다 보니 많은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수사와 교통 등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부를 통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전북소방 창설 이후 최초 여성 지방소방정에 전미희 구급팀장
전북소방이 출범한지 74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지방소방정이 탄생했다.
전북소방본부는 2일 전미희 구조구급과장, 김광수 119종합상황실장, 백승기 방호예방과장 등 3명이 ‘지방소방정’에 승진했다고 밝혔다. 소방정은 일선소방서장급(4급)이다.
전 승진자는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등 현장과 실무경력을 두루 갖춘 재난사회학 전문가다.
군산 출신으로 1985년 소방사로 입문한 그는 34년 만에 지방소방정으로 이름을 올리고 본부 구조구급과장으로 부임했다.
전 과장은 “도민들이 보내주는 믿음에 어긋나지 않도록 보다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령자와 어린이, 저소득층 등 재난약자에 대한 안전대책을 세우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