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60초의 커피
[온누리] 60초의 커피
  • 권영동(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1.07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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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시간으로 따지자면 `1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둘며 허둥지둥 살아 온 나의 습성으로 60은 길고 많은 숫자다. 드립 커피를 내리기 위해 커피 원두 60알을 세어보았다. 평소 같으면 계량스푼으로 한번에 담아내면 될 양이다. 일일이 60알을 세자니 10알도 못 지나서 답답함을 느끼며 커피 알을 세는 손가락이 건성건성 해진다.
원두커피 60알은 소위 ‘베토벤 넘버’라고 한다. 베토벤이 커피를 내릴 때마다 정확히 60알을 세어 넣었다 해서 유래된 것이다. 원두 60알은 요즘 에스프레소 추출의 1잔 기준에 해당한다. . . 

커피 분쇄기나 추출기에 넣고 스위치만 올리면 될 수월할 일을 굳이 알을 일일이 세어서 까지 내려야 할 만큼 베토벤의 성격이 느긋했을까 하는 생각에서는 나의 성격에 견주어 부러움도 든다. 
베토벤의 유별난 커피 음용에 견주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바흐, 베토벤과 함께 독일 음악의 ‘3B’로 불리는 ‘브람스’다. 그는 커피를 만들 때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커피를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는 일화로 커피사에 회자되는 단골이다.
커피사의 스토리텔링에 발자크도 빠지지 않는다. 74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수많은 단편작품들을 남긴 그는 하루에 거의 60잔의 커피를 마시며 작품의 영감을 만들어 냈다. ‘커피가 위 속으로 떨어지면 모든 것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생각은 전쟁터의 기병대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기억은 기습하듯 살아난다. /작중 인물은 즉시 떠오르고 원고지는 잉크로 덮인다. (발자크)
까탈스럽고 불편함을 자초하며 소박한 커피를 마셨던 이들에게서 쌩뚱맞게 동양의 ‘무위無爲’를 떠올린다. 그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도道’이었으니 말이다.
‘무위無爲’는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산다는 개념이다. 장자는 무위 자연의 소박미를 강조하여 인위 조작의 조탁(彫琢)의 미를 반대하였다. 노자는 ‘질박한 미’(樸美)를 강조하여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하지 않다.’고 했다.
동양의 노장 철학에서는 자연에 따라 행하고 인위를 가하지 않는 것 즉 인위적인 것이 오히려 세상을 혼란 시킨다고 여기고 자연 그대로를 최고의 경지로 본다.
공자는 평생 몸과 마음을 닦아 자연스러움을 이루려고 애썼다. 맹자는 ‘벼의 싹이 땅을 뚫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인내’의 무위를 강조했다.
커피를 입에 대기 전 잠시 심호흡이라도 해 볼일이다. 허둥지둥 입안으로 부어대는 뜨거운 커피의 기습공격에 내 몸이 당황하지 않도록 말이다. 
장자는, “아름다운 소리와 색깔은 심신에 즐거움을 얻게 한다”고 했다.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와 같이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한 프랑스 작가 탈레랑의 커피 예찬의 에두른 표현이다. 
‘커피는 시간을 주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자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미국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의 말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제 커피 마시기는 우리에게 ‘무위의 시간’이라 해도 되지 않겠는가?
올해 나의 작은 목표, 커피 마시기 전 60초 헤아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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