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 경제는 3만 달러, 의식은?
[오늘의 길목] 경제는 3만 달러, 의식은?
  • 권 영 동 미라클인에듀 원장
  • 승인 2019.01.09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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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모루의 지적 중‘그 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
라고 할 수 있는 항목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9년 1월 2일,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는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250여 쪽이나 되는 그의 책에서 마모루가 그려 낸 한국인의 모습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첫째, 도박(내기) 골프하며 골프장에서 심하게 떠드는 예절 없는 사람. 둘째, 비행기가 착륙하기도 전에 일어서서 우왕좌왕하며 나갈 준비하는 사람. 셋째,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은 곳에 들어가 의기양양하게 사진 찍는 사람. 넷째,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핸드폰 통화하는 사람.
이 뿐이 아니다. 마모루는 한국인을 한마디로 ‘선천성 질서의식 불감증’에 걸린 사람이라고 작심하여 혹평하며 ‘여기서 죽는구나’하는 극도의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총알택시의 악몽을 떠올렸다. 신호와 차선을 무시하고 승객의 불안한 심리는 고려하지 않은 채 목적지에 빨리만 도착하며 돈벌이만을 중시하는 조급한 한국사회의 단면으로 보았다. 
술을 마시면 어떻게든 취해야 잘 마셨다며 만족해 하며, 취해서 실수라도 하면 오히려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며 좋아하는 폭탄주 사회를 보고 술 취한 상황에서 인간의 동질성에 인간애와 친근감을 느끼고 자위할 정도라면 평소에는 얼마나 각박하고 경쟁이 치열한, 숨막히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를 생각했다. 굳이 책 내용을 다 읽지 않아도 ‘온상 속에서 자라는 떡잎’, ‘내 앞에 가는 꼴 못 봐’ ‘망나니로 키우는 가정교육’ ‘대충하는 적당주의’ ‘냄비 문화’ ‘한번 쥐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크’ ‘전과자가 떵떵거리는 나라’같은 목차만 보아도 자존심이 상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그의 맞아 죽을 각오의 백미는 다음 문장이다. "인정 많다고 하지만 그 한마디에 너무 쉽게 잊고, 용서하고, 고통을 달게 받는 민족. 보통사람이 하나라도 죄를 지었다면 큰일났을 범죄를 지은 사람들이 풀려나고, 군기피자, 성범죄자, 경제사범들을 앞다투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수십 년간 유린당한 인권, 민주주의를 잊어버리고 ‘향수’라는 이름아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를 ‘존경하는 지도자 2위’에 올려놓는 멍청한 국민들...
저자의 맞아 죽을 각오와는 달리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공과 사를 잘 구별하지 못하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대충 봐주니까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고 지적한 그는 잘못이 발견되면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주는 것이 진정한 인정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 때 마모루는 한국인을 ‘경제는 1만 달러, 의식은 1백 달러’라고 꼬집었다. 2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의식은?
3만달러의 총액에서 부정부패, 패거리정치, 지역갈등, 학연, 지연, 혈연 이런 것들을 제하고 양심불량, 기초질서 훼손, 집단 개인 이기주의 이런 항목 들도 뺀 순이익, 이것이 진정한 우리의 의식수준이 아닐까? 
한국인은 본시 충・효에 바탕을 둔 예절의 정신문화와, 이웃을 배려하고 상부상조하는 향약의 질서문화로 칭송을 받아 온 동방예의지국의 민족이다. 인구 5천만의 나라가 3만 달러 수준의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수치 달성으로 뿌듯할쯤 우리 의식 수준도 그렇게 우쭐할 정도인 지 살펴 볼 일이다. .
더 이상 맞아 죽을 각오로 한국인을 혹평하는 책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년 전 1만 달러 경제 시대에 1백 달러 의식의 한국인이라고 혹평했던 마모루의 지적 중에 ‘그 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할 수 있는 항목 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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