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사냥꾼의 삶의 요리 철학
광화문 사냥꾼의 삶의 요리 철학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01.27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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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사냥꾼의 삶의 요리 철학

 

전주 한옥마을 백희 갤러리가 30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허보리 개인전을 갖는다.
'광화문 사냥꾼'을 테마로한 10여 점의 작품은 고기의 부위별 마블링을 수놓은 위풍당당한 고기추상이다.

작가는 언젠가는 굉장히 훌륭했던 무기였던 광화문 사냥꾼들의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뜯고 자르고 이어붙인 바탕 위에 반복적인 바느질이란 노동집약적 행위를 통해 전리품을 기념비로 만들었다로 한다. 면사 여섯가닥이 꼬여있는 자수실을 한가닥씩 뽑아 마치 소묘를 하듯 수놓은 채끝살, 살치살, 등심, 안심, 양지머리의 각기 다른 마블링은 와이셔츠와 넥타이 위의 추상화가 된다.
"허보리작가는 가장 아름다운 패턴을 찾기 위해 그녀의 심미안으로 참 많은 고기들을 수 없이 들여다보고 가장 예쁜 마블링을 가진 고기를 발견한다. 넥타이와 셔츠를 고르고 해체하고 꿰매는 행위, 전리품의 아름다운 패턴을 수실로 한땀한땀 수놓는 수없이 반복적인 행위와 시간이 모여 화려한 작품이 완성된다.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옷을 해입고 이불을 꿰매던 과거의 여성들의 손바느질과 오롯이 닮아있다. 석혜원 독립큐레이터"
고기 추상은 발탁 받은 임금노동자-광화문 사냥꾼들의 수고에 찬사를 보내는 여전히 전통적인 여성성을 강요받는 여성들의 그림자 노동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
작가는 "정육을 하다 보면 소의 부위별로 보여지는 단면이 매우 다른데 그것의 조형미는 한 폭의 멋진 추상화 같았다."면서 "고생한 날 저녁, 잘 구운 한점의 고기가 목구멍에서 사라지듯이 매일의 출근, 매일의 살림, 매일의 노동은 그렇게 하루하루 모래바람처럼 날아가 버리고 있다. 나의 자수라는 작업방식이 이러한 모래바람을 기억하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미술대학원 서양화전공을 졸업, 앞서 5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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