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의 용담 이야기] (5)상전면 죽도
[이철수의 용담 이야기] (5)상전면 죽도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02.10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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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상전면 죽도의 겨울 모습을 여러분에게 공개합니다.
죽도(竹島)는 용담호 상류, 장수군 장계면과의 경계 어름에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고원 속의 섬’이라 불립니다. 장수 쪽에서 내려오는 가막천과 무주 쪽에서 흘러드는 구량천이 죽도 양 옆을 스치며 아래쪽에서 합수머리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죽도엔 산죽이 자랍니다. 겨울에도 흰 눈 사이로 푸른 댓잎이 청청합니다. 죽도는 상전면 수동리 내송 마을에 있으며, 산죽이 많다고 해서 죽도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내송(內松)마을은 옛날에 ‘소리실’이라 불리워졌습니다. 이 마을은 죽도폭포가 있는 깨끗한 물과 풍치 좋은산이 아름다운 산수조화(山水調和)를 이루고 있습니다. 소리실은 마을의 남쪽으로 활과 같이 굽이치는 물길이 있어 궁벽하고 10리이상 무인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엎드린 꿩형국의 명당으로써 만인이 피난할 만한 곳으며, 천반산엔 도화꽃형의 명당이 있다고 합니다. 
물줄기가 죽도를 지나자마자 금강 상류에 몸을 섞습니다. 아직 계곡에는 얼음이 녹지 않고 얼음 밑으로 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립니다. 중앙의 맑은 물은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듯 졸졸 얼음을 녹이며 흘러갑니다. 죽도 전체를 나혼자 보고 느끼고 누린다는 생각에 세상 부러울게 없습니다. 간혹 보이고 움직이고 들리는 것은 산새들이나 산까치 울음 소리 뿐입니다. 그리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솔가지를 스치는 솔바람 소리입니다. 호수나 강 개울이 온통 다 얼어 빈틈이 없는듯해도 얼지 않은 숨구멍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숨구멍에 빠지면 못나온다는 말도 있습니다. 얼음이 쩍쩍 갈라지고 깨지는 소리가 숨구멍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길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곳의 물빛이 푸르다 못해 검푸르게 보입니다. 수심이 아주 깊으면 물빛이 검푸르게 보입니다. 깎아 지른 절벽에 도저히 발 한발 붙일 데가 없고 손가락 하나 걸 데가 없는 병풍처럼 바위벽으로 둘러져 있습니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음악 소리로 들립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몸도 맘도 편안해집니다. 죽도와 육지가 이어지는 이곳에 날카로운 암릉이 있는 바, 지역 주민들은 그 모양이 병풍같다고 해서 병풍 바위로 부르거나, 닭의 벼슬을 닮았다 하여 베슬 바위라고 불렀습니다. 
죽도는 진안군 진안읍 가막리, 상전면 수동리, 동향면 성산리의 경계에 있는 섬같은 산을 말합니다. 상전면은 진안군의 동측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은 동향, 서쪽은 부귀, 남쪽은 진안, 북쪽은 정천, 안천과 인접해 있으며, 면의 중앙을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금강이 위치한 까닭에 푸르고 맑고 깨끗한 환경오염이 전혀 안된 천혜의 고장입니다. 
이곳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인 정여립(1546~1589)이 한때 은신했다는 죽도서당이 있었던 곳입니다. 정여립이 역적으로 몰리자 이곳으로 와서 관군과 싸우다가 자결했다는 전설이 전합니다. 근방의 천반산엔 정여립이 군사를 조련했다는 전설이 있는 산성 터가 있습니다. 죽도는 조선시대 선비 1000여명이 화를 입었던 ‘기축옥사’의 주인공, 정여립이 꿈을 키우고, 또 접어야 했던 곳입니다. 
“천하 공물, 즉 어느 누구라도 능력이 있으면 왕이 될 수 있다.”는 핵폭탄 발언입니다. ‘역모와 음모’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그 전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천반산과 죽도는 예전처럼 우뚝하고 강물은 희한하게도 꼬불꼬불 잘도 흘러갑니다. 역사는 승자편의 기록이라 하지 않은가요. 그렇다면 장막 뒤에 가려진 패자의 한, 진실은 무엇일까요.
정여립은 맨 먼저 죽도를 찾아 서실을 지었습니다. 생전 그가 ‘죽도선생’이라 불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때부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동계를 조직하는 등, 꿈을 키우던 정여립은 역모의 주동자로 몰리면서 죽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죽도로 가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험란하기만 합니다. 실패한 역사를 기억하기 싫어서일까요, 이정표 하나도 찾을 수 없습니다. 가운데가 뭉텅 잘려나간 죽도의 절벽은 칼날처럼 날카롭습니다. 그 날선 절벽 사이사이 붉은 단풍이 선연합니다.
박새 한 마리가 놀라는 기색없이 오히려 다가서면서 나그네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추울수록 그리운 건 사람입니다. 간혹 보이는 계곡의 맑은 물은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듯 졸졸 얼음을 녹이며 흘러갑니다. 이제 곧 이 얼음도 모두 녹아 내리겠지요. 겨울 끝자락 움켜쥔 얼음 아래, 봄을 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다시, 사람이 하늘입니다. /글=이종근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사진=이철수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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