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가지치기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2.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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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 시골에 심어 둔 매실나무의 가지치기를 했다. 벌써 매실나무에는 옹긋봉긋 작은 싹 눈이 트고 있어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맺을 기세다. 매실나무 가지치기는 초봄 잎이 나기 전까지는 해야 한다길래 때를 놓칠세라 겨울 끝자락의 매운 날씨를 무릅쓰고 전정가위를 들고 나섰다. 나무의 가지치기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가위질을 해대는 게 아니다. 이 또한 중요한 농사 기술의 하나로서 기본 지식과 작업 요령이 필요한 일이다.
제 때에 맞춰 나무의 가지치기를 해 줌으로써 나뭇가지마다 햇볕을 골고루 받게 하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해주어 생장 발육을 돕는다. 또, 키가 너무 크면 열매를 따기 어려우니 웃자란 가지를 잘라 나무의 키를 적정하게 유지하게 해준다. 죽은 가지는 잘라 없애주고 곁가지에 자란 가지는 잘라 내준다.
가지치기에서 중요한 것은 원줄기에서 꼭 필요한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잘라내는 일이다. 농사에 젬병인 내가 가지치기 작업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대목이다. 특히 싹 눈이 멀쩡히 살아있는 가지를 잘라내는 것이 여간 마뜩잖은 게 아니다. “묵은 가지, 위로 향한 가지, 안으로 향한 가지, 아래로 향한 가지, 죽은 가지, 교차한 가지는 여지없이 잘라내라”는 과수 매뉴얼에도 불구하고 가지에 남아있는 싹 눈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듯하여 선뜻 가위 날을 들이 댈 수가 없다.
가지치기는 한 나무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주어 양질의 열매를 맺게 해주는 일이다. 한정된 영양분과 자연환경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여지려면 불필요하거나 방해를 받거나 나쁜 영향을 주는 잔가지들을 과감히 정리해야만 한다. 한참의 가위질로 뻐근한 근육도 쉬게할 겸 잠시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았다. 잘려나가 널브러진 매실나무 잔가지가 시선을 잡아 끈다.
우리네 세상사도 부단한 가지치기의 연속 아니던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무리들을 ‘악의 축’이라며 도려내려 하고, 과거의 적폐를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병들고 죽은 가지처럼 잘라내려 한다.
거창하게 세계나 국가까지 넓히지 않더라도 나의 삶에 있어 가지치기해야 할 일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케케묵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시대착오적인 사고의 가지는 없는가? 주제넘게 너무 웃자란 과욕의 가지는 없는가? 나밖에 모르고 안으로만 자란 아집의 가지는 없는가? 올챙이적 생각하지 못하고 거들먹거리는 개구리의 교만한 가지는 없는가? 더불어 살지 못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불통의 가지는 없는가? 이게 다 내 삶에서 응당 가지치기 해야 할 잔가지들이다.
이쯤 생각이 정리되고 나니 가위를 움켜 쥔 손에 힘이 솟는다. 잘라내야 할 부위에 인정사정 없이 가위를 들이 댄다. 잘려나간 것은 잔가지가 아니라 내 삶 속의 허물과 각질들이다. 가지치기의 기본 원칙은 첫째, 제 때에 맞춰, 둘째,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내기다. 매실나무 가지치기도 끝냈으니 이제는 내 자신의 가지치기만 남았다. 더 늦기 전에! 그리고 과감하게!
/권영동(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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