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 어긋난 전주시 불법현수막 행정
형평 어긋난 전주시 불법현수막 행정
  • 권동혁 기자
  • 승인 2019.02.11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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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 단속강화에 형평 논란 심화
“행정용 게시대 늘려, 형평의 원칙 지적 나오지 않도록 노력”

전주에 사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홍보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장당 5,000원에 현수막 20장을 맞췄다. 그는 현수막 중 일부를 도심 도로변 가로수 사이에 걸었고, 다음날부터 걸려오는 각종 문의 전화에 매출 증대를 기대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이틀 후 구청으로부터 “거리에 붙이는 현수막은 불법으로 장당 과태료 25만원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전화에 깜짝 놀랐다. ‘설마 자영업자에게 장당 25만원씩이나 과태료를 부과하겠냐’는 생각에 현수막을 또 내걸자 이번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구청에서 사업자등록번호를 요구했다. 덜컥 겁이 난 A씨는 “다음에는 절대로 붙이지 않겠다”고 하소연했고, “이번까지만 봐주겠다”는 답을 받고 현수막 게첩을 포기했다.
자영업자에게는 냉혹할 만큼이나 철저한 불법현수막 단속이 누구에게나 형평에 맞게 적용되는 것일까. 
지난 설 명절 전부터 연휴 기간 동안 전주시내 곳곳에는 정치인과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인사들의 불법현수막이 셀 수 없을 정도로 걸렸다. 현수막에는 ‘즐겁고 행복한 설 명절 되세요. OO농협이사 OOO’, ‘소원이 이루어지는 복된 설날 되세요. OOO’,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OO당 위원장’ 등 본인과 정당을 알리기 위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연휴가 끝나고 현수막은 구청을 통해 철거됐지만 단속 대신 계도가 전부였다.
전주시가 최근 수년간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불법현수막 단속을 강화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자영업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력층에 속하는 인사나 단체에 대해 ‘말방망이’ 정도의 계도만 하고 있는 게 이유다.
11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완산구와 덕진구는 단속반을 통해 현수막 21만여 건, 벽보 54만여 건, 전단 457만여 건 등 532만여 건의 불법 광고물을 정비했다. 또 불법으로 광고물을 게첩하거나 살포한 이유로 총 303건에 과태료 4억2,800여만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자신과 정당 등의 홍보를 위해 불법현수막을 내건 정치인 등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다.
현행법상 정치인이나 정당이라고 해서 현수막을 아무 때나 길거리에 붙여도 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선거기간이나 정당의 특별한 행사는 공공에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고 게첩을 허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명절 기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의 문구를 달아 거리에 내거는 것 자체가 불법이란 해석이다.
본인의 업체 홍보를 위해 현수막을 걸었다 혼쭐이 난 A씨는 “관공서나 정치인, 언론사는 마치 정당한 것처럼 도심 곳곳에 현수막을 붙이는데도 전혀 단속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감시하는 사람과 단체는 불법을 저질러도 눈감아주고 서민은 쥐어짜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전주시는 지난달 이런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고 각종 공공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행정용저단형게시대(1~2단) 36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횡단보도 옆 화단을 이용한 탓에 도로점용허가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행정용 게시물이 도심을 뒤덮고 있지만 스스로 이를 자정하는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북대학교 사회대 A교수는 “관에서 하는 것은 공익 목적이란 생각이 앞서고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현수막이 길거리에 난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주에 각 정당을 돌면서 불법현수막을 걸지 않도록 협조 요청을 할 계획으로 있다”며 “행정용은 앞으로 게시대를 더 확충해 시민으로부터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권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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