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 시스템에 진땀 빼는 노인들
무인화 시스템에 진땀 빼는 노인들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2.2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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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워서” 무인화 시스템 사용 진땀
50대 선호도 22%에 불과, 심리적 만족도도 37.6% 그쳐

#1. “오메, 나는 이거 어려워서 못 허겠네.”
지난 19일 오전 10시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장춘만(69‧김제 원평)씨와 ‘버스표 무인 발매기’ 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됐다. 장씨가 목적지인 ‘원평’이란 단어를 찾는데 걸린 시간만 3분 가량. 원평이 주요행선지에 포함돼 있지 않은 탓에 초성에 따라 분류된 메뉴에서 목적지를 찾는 것은 우리 나이로 70세인 그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후 발권 매수 선택부터 결제까지 무인발권기가 쏟아낸 공격(?)에 두 손을 든 장씨는 도전 7분 만에 매표소 창구로 걸음을 옮겼다.

장씨는 “줄이 길어서 무인 결제를 시도해봤는데 그 시간에 줄을 서서 예매할 걸 그랬다”면서 “글이라도 읽을 줄 알아 다행이지 글자를 모르거나, 안 보이는 노인들은 기계가 더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 발매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것은 장씨만이 아니다. 1시간 동안 발매기 앞에서 만난 11명의 노인은 모두 다른 시민의 도움으로 표를 구매하거나 매표소 창구로 걸음을 옮겨야했다.

#2. 전주 덕진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무인주문기를 통해서만 주문을 받도록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계가 낯설어 손도 대지 못하고 걸음을 돌리는가 하면, 몇 번 화면을 누르다 주문이 중복되거나 결제를 못하는 등의 문제도 간혹 목격됐다. 손자와 함께 매장을 찾은 한 노인은 “왜 주문을 사람이 받지 않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최저임금 상승 등 사회 변화에 따라 식당과 영화관, 버스 매표소 등에서 무인판매기(키오스크)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 무인시스템이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중‧노년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소외’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오스크 시장은 지난 2006년 6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500억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에 1,350개 매장을 두고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지난 2015년 80곳에 불과했던 키오스크 운영매장을 현재 826곳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KFC는 2017년 무인화 시스템을 처음 도입 후 지난해 전국 196개 매장 중 야구장 등 특수매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 키오스크 설치를 마쳤다. 
편의점 사업체 역시 무인점포 개발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24의 경우 2017년 9월 첫 무인 편의점을 선보인 후 지난달 기준 전국에 총 18개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오후 11시 이후 자동판매기를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한 7개 매장을 제외한 11개 매장은 완전 무인화됐다. CU 역시 심야시간이나 주말 등 특정시간에 무인 매장으로 전환되는 하이브리드형 매장 6곳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무인화 시스템은 인건비 절감 등 사용자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노인의 어려움 등 사회적 고민이 없이 빠르게 늘리고 있다.
리서치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지난달 10일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인결제기기 이용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50대 선호도는 22%에 불과했다. 이는 42%의 선호도를 보인 20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낮은 수치다. 무인결제 시스템 등 비대면 결제를 통한 심리적 만족도도 20대는 56.4%보인 반면, 30대 45.6%, 40대 41.6%, 50대는 37.6%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졌다. 만족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 50대 응답자 대부분은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
전북노인복지 관계자는 “전북의 노인 인구 비율은 타 시‧도에 비해 높아 디지털 기기의 이용과 교육 측면에서 더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발전은 필요하지만 이를 누리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은 만큼, 실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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