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게 생겼는데 …" 착한가격업소 줄줄이 포기
“망하게 생겼는데 …" 착한가격업소 줄줄이 포기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3.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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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속 인건비·재료비 상승 부담, 2015년 대비 31개소 감소
업소 착한가격 지정 포기나 폐업, 가격인상도 증가

“나는 몇 년 째 제자린데 물가는 꺾일 줄 모르고 올라. 망하게 생겼는데 착한가격이 뭔 소용이겠어”
3년 전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돼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음식 가격 동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착한가격업소는 지난 2011년부터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물가 안정 모범업소다. 외식업과 이‧미용, 세탁 업종에서 원가절감 등을 통해 이용 가격을 지역 평균 이하로 낮추거나 1년 이내 인하‧동결한 경우 지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과 인건비 영향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착한 가격 업소가 폐업하는 등 가격 인상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10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전북지역 착한가격업소는 315개소로 지난 2015년에 비해 31개 줄었다. 이 가운데 군산은 29곳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돌연 6곳이 문을 닫았다. 이는 한국 GM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여파로 해석된다. 또 남원 4곳, 정읍‧순창‧고창‧부안 3곳, 무주 2곳, 전주‧완주‧진안 1곳이 폐업을 결정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칼국수 같은 음식을 판매하는 업소가 착한가격 간판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폐업을 고려하거나 착한 가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군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씨 역시 물가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착한 가격 메뉴를 3개에서 1개로 축소, 나머지 메뉴 가격은 500원에서 1,000원씩 올렸다.
B씨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매달 500만원씩 적자가 나는데다 재료값마저 크게 올라 메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영세 업체로 꼽히는 이들을 괴롭히는 건 재료비 상승만이 아니다. 최저임금까지 매년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고통은 배가 되고 있다.
김제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C씨는 “지난해까지는 직원 2명을 뒀는데 올해는 1명만 같이 하기로 했다”면서 “식당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장사 시간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야할 판이다”고 했다.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혜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업소 지정시 업주들은 대출 금리 감면과 식당 홍보, 쓰레기봉투 지원, 상‧하수도 요금 일부 감면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한 30곳의 업소 중 10곳은 인증 반납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었다.
전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D씨는 “마진이 거의 없는데다 최저임금에 물가까지 올라 가격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지원받는 것도 크게 와 닿지 않아 인증을 반납하고 가격을 올릴까 생각중이다”고 말했다.
행안부와 자치단체는 착한가격업소가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만큼 홍보 강화와 지원책 마련을 통해 확대‧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남원의 한 업주는 “다 같이 잘살자는 마음에 욕심을 버리고 시작한 건데 동참하는 사람들만 바보가 되가는 기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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