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감수성
인간 감수성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3.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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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가 심각하다. 버닝썬 게이트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들이 속속 하차하고 있다. 여성변호사회에서는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냈다. “유명연예인들이 여성을 단지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한 객체로만 파악하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여성을 물건 취급했다는 것이다. 공인이 그럴 수 있느냐는 실망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도마에 올려진 것은 연예인들이지만, 그들뿐만 아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2일, 한국을 비롯해 각국 남성이 필리핀에서 ‘섹스 투어’(성매매 관광)를 한 뒤 낳고 간 필리핀 아이들에 대해 다뤘다. 이 아이들이 자라나 자신의 아버지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디언은 “필리핀 관광청에 따르면 매년 47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필리핀에 오는데, 이중 120만 명은 혼자 오는 남성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적은 한국, 미국, 중국, 호주”라고 전했다. 한국인이 성매매 관광객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필리핀 엔젤레스의 빈민가에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그들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흰 피부, 검은 피부, 한국인의 특징, 백인”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들의 아버지가 ‘섹스 투어리스트’(성매매를 하러 온 관광객)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동양인 섹스 투어리스트 중에 한국인을 두 번이나 콕 집었다. 인종 중에 나라를 묘사한 것은 한국밖에 없다. 한국인(Korean)과 필리핀인(Filipino)의 혼혈을 뜻하는 합성어인 ‘코피노’의 아버지를 추적하는 ‘코피노 파더’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비뚤어진 성 인식은 성인 남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수간이나 근친상간 등 일탈을 조장하는 인터넷 문구나 동영상들이 통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야동중독에 빠진 8살짜리 여자아이가 어쩔 수 없이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있다. 우리 사회는 욕망의 물결이 방파제를 넘는 수준에 와 있다. 그릇된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성 평등 의식과 실천 의지, 성 인지적 관점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또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하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 이행 사이는 간격이 너무 크다. 물질 지상주의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채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성에 대한 둔한 감수성이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임을 제대로 아는 ‘인간 감수성’이 급선무다. 인간 감수성은 탈물질주의(Post-materialism) 혹은 초물질주의(Super-materialism)에 있으며, 그 핵심에는 삶의 질, 공존공생 정신이 존재한다. 내가 귀한 만큼 상대방도 고귀하다. 인간답지 않은 행동을 스스로 판단해서 그만두게 될 때, 우리는 온전한 사회를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혜(심상시치료센터장, 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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