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주, 그 명암에 대하여
한국의 소주, 그 명암에 대하여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3.1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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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소주는 임금이나 사대부만 마실 수 있었던 고급주류
일제 강점기기점으로 사라지고 현재의 희석식 소주가 대체
전통주는 침체된 한국농업의 회생 대안, 문화를 만들어갈 주역”
박 소 영  술문화연구소 주담 대표

얼마 전 국내 주류산업 규모가 28조 원 중 희석식 소주와 맥주가 83.4%를 차지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전통가양주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해당 기사를 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간 다양한 행사를 통해 우리의 가양주들을 복원하고 알리는 일을 해왔는데 가양주를 시음하면서 시민들이 가장 놀라는 주종이 바로 소주이다. 조선시대의 방식대로 내린 그 소주가 그간 대중적으로 접해왔단 소주라는 주종과는 너무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슬처럼 받아낸다’하여 ‘노주(露酒)’라 불렸던 조선시대의 소주는 어떤 술이었을까?

조선시대의 소주가 주정에 물을 섞어 희석해서 만드는 현재의 희석식 소주와 가장 다른 점은 쌀, 물, 누룩으로 정성스럽게 빚은 발효주를 소줏고리라는 증류기를 이용해 그야말로 한방울 한방울 장인정신으로 받아내는 최고의 술이라는 점이다.
오롯이 쌀, 물, 누룩으로만 술을 빚어도 큰 비용이 들어가는 처지에 이러한 발효주를 일곱 잔을 증류해야 겨우 한 잔 받아낼 수 있는 증류식 소주는 굉장한 고급주류로 왕이나 사대부만이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소주는 본래 약용목적으로 마실 뿐 함부로 먹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어 소주가 약용으로 사용되었고 보편화된 주류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소주는 점차 일반인들에게 확대되어가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이런 연유로 15세기의 성종 대에는 ‘노병자 외에 소주를 금한다’는 금령(禁令)이 법전에 기재되기도 하였다.
한편, 조선시대의 우리 소주가 어떠했는지 일본인이 남긴 기록이 있어 흥미롭다. 바로 부산에 있던 초량왜관의 조선어 역관이었던 오다 이쿠고로의 아들 오다 간사쿠가 남긴 『상서기문습유』이다. “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흔히 만드는 것은 소주라고 들었다. 이름난 술로는 계강주, 죽력고 이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모두 소주에다 계피, 생강, 꿀 등을 넣어서 맛을 부드럽게 한 것으로 따로 제조하는 것이 아님, 화소주(花燒酒)는 술을 내릴 때 소줏고리에 계관화(鷄冠花)를 얹어 놓아 예쁜 색깔이 우러나오도록 한다고 함”
위 기록은 18세기 당시 조선인들이 소주를 흔히 만들어 마셨으며 다양한 재료를 통해 몸에 좋으면서 맛과 색이 뛰어난 소주를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이강고, 화소주, 계강주, 죽력고, 삼해주 등 고상한 이름 또한 이채롭다. 이렇듯 조선의 소주는 현재의 희석식 소주와 다르게 귀하고 귀한 몸이었던 데다가 함부로 먹고 취할 수 있는 술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가양주들의 운명이 그러했듯이 1876년 개항 이후 일본의 주조업 진출이 허용되면서 순도 높은 주정을 만들어 물로 희석하여 만드는 주정소주 생산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현재의 희석식 소주는 대표적인 한국인의 대중주로 자리잡았다. 그런 와중에 기존의 한국인의 고상했던 음주문화 또한 서서히 변질되어 갔다. 술은 그저 기호식품일 뿐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파생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자국의 농업과 연계해 술 산업을 육성하는 이유이다.
자국 농산물로 만드는 전통주는 농업을 회생시키는 대안이 될 뿐만이 아니라 식문화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도 기능한다. 술은 음식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사랑받는 한국인의 소주가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전통증류식 소주라면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희석식 소주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향후 몇 년 후에는 한국들에게 사랑받는 소주로 화소주, 계강주, 삼해주 등 우리 고유의 증류식 소주가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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