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불법 복제 특별 단속에도 여전
대학가 불법 복제 특별 단속에도 여전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3.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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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파일에 책 스캔까지… 불법 제본 종류 다양
학생 입장 “전공서적 비싸고 진도도 다 못나가"
문체부 “저작권자 동의 없는 제본 명백한 불법"

“원래 2만7,000원 짜린데 1만5,000원만 줘.”
전북에 있는 한 사립대학교의 10평 남짓한 밀실에서 은밀한(?) 거래가 시작됐다. 주인은 돈을 건네받고 작은 창고로 들어가더니 한 손 가득 무엇인가를 들고 나왔다. 언제 작업해 놓은 것 인지 모를 제본 교재였다.

한 학생이 “개정판 교제도 있냐”고 묻자 업주는 “곧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며 판촉에 열을 올렸다.
정부가 대학가 출판 불법 복제물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 대책을 내놓고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지만 교재 제본 행위가 여전하다. 학생들은 싼 값에 교재를 구할 수 있고, 인쇄업체는 제본을 통해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생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아서다.
학생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제본을 하는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전공서적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한 학기가 끝나면 잘 보지 않는 교재 때문에 몇 십만 원에 달하는 책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있다. 실제 전북지역 대학가 복사점의 인쇄비용은 한 쪽 당 50∼60원 정도다. 전공 서적 정가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해 하반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교재 불법복제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 3,032명의 학생 중 51.6%가 불법복제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필요한 교재 수는 평균 7.7권, 이 중 불법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약 1.9권이었다. 구매해야 될 교재 수가 8권일 때 2권은 불법으로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생 강모(22)씨는 “신학기마다 교재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제본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며 “책 진도를 모두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 PPT나 발표 수업이 주된 경우도 상당해 웬만하면 제본을 한다”고 털어놨다.
남모(21‧여)씨는 “교재를 물려받는 방법도 있지만 원하는 책이 없거나 금세 동이 난다”면서 “구하기도 쉽고 값도 싸서 지난 학기부터 제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지난달 26일부터 대학교제 불법복제 행위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경제적 상황을 공감하면서도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성 저해 등을 고려해 불법 제본 근절 캠페인과 단속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경제적 상황과 수업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불법 제본의 책임이 학생에게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저작권자 동의 없는 제본은 민‧형사상 책임이 있는 명백한 불법인 만큼 불법 복사 근절을 위한 단속은 물론 저작권 보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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