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의 왁자지껄한 수다 속에서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가 바람결에 실려와
장터의 왁자지껄한 수다 속에서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가 바람결에 실려와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04.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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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재 안도현 김용택 `장날: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 발간

이 주의 새 책

 

 

어느센가, 장터의 왁자지껄한 수다 속에서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가 바람결에 실려오고 있다.
'장날: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시공아트)'은 장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온 장터 사진가 이흥재와 시인 김용택과 안도현이 만나 장날의 추억을 책으로 되살려 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이흥재와 김용택, 이흥재와 안도현이 각각 만든 책이 한 권의 새로운 책으로 탄생했다. 이제는 장날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여전히 장터는 열리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장터에는 반가움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추억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장날의 만남에 관한 것이다. 
며칠에 한 번씩 사람과 물건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날은 사람들의 사교의 장이자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의 장소, 그리고 세상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뉴스 채널과 같은 역할을 하곤 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자 아들, 딸이었기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소식을 전했다. 물건과 정(情)이 동시에 오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장날은 겨우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생기를 잃어 가던 장날에 사진가 이흥재는 따뜻함을 불어넣고, 표정을 덧붙이고, 사연을 끌어내 눈앞에 생생한 장터를 재현한다. 장터를 오가는 한 명 한 명을 클로즈업해 카메라 앞에 세우고, 그렇게 그들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 어머니가 된다. 버스 뒷문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리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은 장바구니를 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고, 국밥집에 모여 앉아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듯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짓는 이들은 그리운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장날 속 인물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평범한 이들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들은 제각각 사연을 지니고 다가온다. 물건을 고르다 말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 장터 바닥에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하는 상인들, 사이좋게 국밥을 나눠 먹는 노부부. 평범하지만 특별한 장날의 사진들은 박제된 옛 장터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이흥재의 카메라에 담긴 장터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장터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레 사진가와 시인, 상인과 손님이 뒤섞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흥재 사진가는 "이런 장날의 사진을 통해 나는 단순히 이미 지나가 버린 것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나와 우리 다음 세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그려 보고 싶었"고 했다. 
장터라는 무대 위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면 사진가는 이들을 포착하고 두 명의 시인은 장날의 추억을 풀어내면서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연탄재 시인 안도현이 전하는 장날에 관한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울림을 준다. 어린 시절 장날에 얽힌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슴 찡한 이야기,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가는 장날의 기억들이 사진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오늘 장터 국밥집이 사무치게 그리웁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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