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꽃
커피 꽃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4.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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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꽃이 피었다. 르완다(아프리카)에서 가져 온 커피콩을 심은 지 4년여 만이다. 커피콩을 처음에 심을 때는 싹이 날 성공 확률을 반정도쯤으로 기대했다. 커피나무는 열대 식물이기에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선 탓이다. 하지만 그건 안 해도 될 걱정이었다. 이미 우리나라 더운 여름은 열대 기후와 비슷해져 있는지라 열대식물 커피콩이 싹을 틔우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물론 늦가을부터 초 봄 까지는 커피나무를 실내로 들여 열대 손님 대접을 해줘야 얼어 죽지 않는다. .
하얀 좁쌀 같은 커피 꽃을 보니 흥분을 감출 수 없다. 볼수록 대견하고 반갑기 그지없다. 아침에 눈 뜨면 먼저 달려가 코를 대고 흠흠거리며 향기를 맡아본다. 아내의 눈총은 아랑곳하지 않고 편애와 총애가 온통 커피 꽃으로 쏠린다.

르완다 커피농장에서 수없이 보아 온 꽃이건만 한국의 집안에서 보는 꽃에 대한 신기함과 경외감은 비할 바가 못 된다. 그 때는 건성건성 보았던 꽃이지만 지금 한 송이 핀 꽃에는 현미경 관찰이 시작 된다. 언뜻 다섯 장으로 된 꽃 잎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통꽃이다. 달팽이 더듬이 같은 다섯 개의 수술도 예리한 관찰로 찾아낸다. 꽃을 두고 이처럼 세밀하게 바라 본적이 언제였던가? 나의 커피나무 사랑은 아내의 질투를 감수할 정도로 유별나다.
사실 커피콩이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한 뒤부터 찬바람이 불 무렵이면 긴 추위를 어떻데 피할까 걱정이었다. 사람도 다른 환경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데 하물며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 우리의 추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남귤북지(南橘北枳)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귤이 물과 토양 다른 곳에 오면 귤과는 다른 탱자로 변한다고 얘기다. ‘행여 아프리카 커피콩을 한국으로 가져 와 심으면 메주콩으로 변하지는 않을까’ 같은 허무맹랑한 상상도 걱정의 한 몫이었다. 그런 기우(杞憂)덕에 겨우내 집안 살이 대접을 잘 받은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겨울이 끝날 즈음 선물 같은 꽃망울을 터뜨렸다.
하지만 여느 예쁜 꽃들이 그렇듯이 커피 꽃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눈부시게 하얀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며칠이면 꽃잎이 노릇노릇해진다. 그래도 꽃 잎이 져야 커피 열매가 열릴 수 있으니 이 또한 감동스런 과정이다. 단명하는 커피 꽃이 아쉽지만 그의 꽃말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커피 꽃의 꽃말은 ‘너의 아픔까지 사랑해’, ‘언제나 그대와 함께 (Always be with you)’ 다. 남의 아픔뿐 아니라 나를 아프게 한 너까지도 사랑한다는 초극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 어느 마을 커피농장에 피어있어야 할 꽃이지만 남귤북지(南橘北枳)의 기우를 떨쳐버리고 우리 집 화분에서 피워 준 꽃이기에 더욱 감동적이고 소중하다. 분명 상서로운 조짐일 게 틀림없다. 그의 꽃말처럼 ‘언제나 그대와 함께’ 할 명분이 눈부시게 하얀 꽃으로 피었다. 커피 꽃은 희망이요 기다림이더라.
/권영동(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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