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어느 철학자의 삶] (8)아! 사월
[연재소설 `어느 철학자의 삶] (8)아! 사월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4.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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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아름다운 캠퍼스. 그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조합이 내게 직면해 있다. 장미와 다이아몬드가 상징인 4월은 이미 독보적이다. 계절의 여왕은 오히려 시시하게 느껴지는 수식어.

그 기운을 업고 15일...역학에서는 용의 날이라더군...에 태어난 그린에게 시공간이 합심해 축하하고 있다. 자랑스런 학교가 명명한 역과 거리를 지나 캠퍼스로 진입한다.
고전의 자존을 현대의 편의가 떠받치는 구조의 캠퍼스는 감탄을 자아낸다.
축적된 위상이 없었다면, 제아무리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봄꽃이라도 낙원과도 같은 캠퍼스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 고고함은, 억압과 탄압에도 자유를 염원한 야성과 내성이 만들어 낸 아우라다. 집단지성은 이렇게 고고하게 작동한다.
그린이 내게 상납(?)한 기프트카드는 오늘도 유용하다. 한국시장에서의 갑질이 못마땅하다며 올해부터 끊었다는 이 프렌차이즈 까페에 앉아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그린을 기다리고 있다.
편의를 누리고 있는 내게 뭐라고 일갈할지 모르지만, 내심 ‘써프라이즈!’를 준비한 나의 정성 앞에선 양심상 함구할 것임에 틀림없다. 
유목민처럼 각자의 자리를 잠시 점령하며 유투브를 통해 외국방송에 심취해 있는 학생, 오늘자 일간지를 펼치며 토론을 하는 무리, 수업 전 잠시 들려 목을 축이는 학생. 다양한 동기 다양한 행보지만 집념있어 봬는 눈빛들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선인들은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지.
그린과 나는 이 공간에서 상봉하자마자 바로 푸른 언덕배기와 창공이 어우러진 캠퍼스로 뛰쳐 나갈 것이다. 이 곳의 봄이 내뿜는 향기를 따라 이른 더위로 인해 자취를 감출 봄자락을 붙잡으며 청춘과, 열정과, 미래와 교감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명소들의 집합소인 이 지역의 맛집을 순례하며 나도 잠시 나이를 잊은 소녀감성으로 태어날 것이다.
오후의 햇살이 제법 따갑게 느껴질 즈음엔 강변북로를 따라가며 한강에 뿌려져 반사되는 황홀한 빛잔치를 감상하며 우리의 도시로 향할 것이다. 
오늘 스케쥴을 위해 어젯밤 목욕을 재개한 몽이와 샬롯, 보리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인생샷을 찍기로 했으니까. 최소한 몇 초만이라도 이 앙큼한 녀석들이 잘 참아주길 기대하는 동안에도 웃음이 나를 가둔다. 며칠 전 그린의 고언이 있었지.
“엄마, 아이들이 지금은 건강해도 언제 우리 곁을 떠날지 모르잖아요. 늦기 전에 우리 가족의 최고 멋진 모습을 남기기로 해요!”
“그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네 생일을 기념하며 이벤트를 치르는 게 어때?”
“좋은 생각이예요!”
이러한 합의로 도출된 기획이었다. 보리는 며칠 전 이상징후가 감지돼 나는 예정보다 일찍 지방으로부터 호출되기도 했었다. 다행히 약물로 진정 기미를 보이자 이 녀석의 꾀병이 살짝 의심되기도 했지만, 그렇다 해도 행복할 뿐이다.
다행히 오늘 이벤트는 무난히 진행될 것이다. 대학생 그린의 첫 생일은 온 가족...특히 털 세 마리...의 노력으로 장식되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아! 사월!. 목련은 져서 아쉬움을 안기지만, 연잎들의 생동감이 그 아쉬움을 설레임으로 뒤바꿔 놓는다. 까페라테로 가득 채워진 머그잔이 비워지자, 그린이 등장한다. “엄마 날씨가 너무 화창해요! 어서 여기서 나가요!” /조정란(인문학서점 조지오웰의 혜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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