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정차 주민신고 폭증, 남발 우려
불법주정차 주민신고 폭증, 남발 우려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4.17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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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와 소화전 등 4곳 주민신고 즉시 과태료 부과
촬영 간격 1분, 건수 제한도 없어 신고 남발 우려
앱 신고 2016년 371건, 지난해 4,189건으로 매년 급증

전주 완산구 효자동에 사는 임동연(35·가명)씨는 최근 불법 주정차 과태료 고지서 5장을 한꺼번에 받았다. 시간대를 보니 밤 10시에 찍힌 사진은 물론, 주말에도 단속된 내용이 들어있었다. 장소는 완산구와 덕진구 등 각양각색이다. 임씨는 ‘불법주차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늦은 밤과 주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에 구청에 항의했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앱을 통해 접수된 신고 건이라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주차장이라도 많으면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을 텐데 이제는 어디서든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사진을 찍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돌아다니기도 겁이 날 정도다”고 했다.

17일부터 소화전과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장 10m 이내, 횡단보도 등 절대 주정차 금지 4곳을 대상으로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시행됐다. 
신고는 ‘생활불편신고앱’과 ‘국민신문고앱’을 통해 가능하며, 1분 이상 간격으로 사진 2장을 찍어 전송하면 해당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사진을 판독해 승용차는 과태료 4만원, 승합차 등 대형차량은 5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소화전 주변은 이달 도로교통법 시행령과 규칙 개정을 통해 과태료가 8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다만 공익신고에 대한 포상금은 없다.
불법 주정차 근절에 대한 정부 입장과 상황, 신고앱의 공익성은 인정하지만 구청 직원은 한숨만 나온다. ‘구청이 미처 하지 못한 일을 시민이 대신 해주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지만 무분별한 신고와 보복성 등 억지 민원이 남발하고 있어서다. 
전주시 완산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앱을 통해 접수된 불법 주정차 신고건수는 9,866건이다. 2016년 371건에 그치던 것이 2017년 2,763건, 지난해 5,220건, 올해 3월말 1,512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생활불편신고앱이 나온 2017년을 기준으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고 대부분이 악의적이거나 보복성인 경우가 많아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건은 지난해 1,400건, 올해 300건 정도다. 
전주시 덕진구청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달 기준으로 966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중 251건에 대해서만 과태료가 부과됐다.
덕진구 관계자는 “앱으로 신고가 접수되면 사진을 확인한 후 판독, 처벌 여부를 결정하고 신고자에게 결과가 담긴 공문까지 하나하나 생산해 우편으로 발송해야 한다”면서 “한 사람이 하루 평균 20~30건을 신고하기도 한다.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한 명인데 너무 많은 신고가 접수돼 업무 과중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신고 남발을 막기 위해 기존 인도와 자전거도로,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도로 등에 대해서는 한 사람 당 신고를 2회로 제한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날부터 시행된 4개 구역에 대해서는 동일 차종에 대한 신고 제한만 있을 뿐 신고자가 하루에 신고할 수 있는 건수 제한이 없다. 업무를 혼자 담당해야하는 입장으로써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주민 불만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직원 몫이다. 신고자는 “왜 민원사항을 처리하지 않냐”며 언성을 높이고, 신고당한 사람은 “당신이 뭔데 과태료를 부과하냐”는 일이 반복된다.
완산구 관계자는 “신고와 민원 업무만 처리해도 하루가 다 지나갈 정도다. 신고 제한도 시스템상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담당 직원이 신고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민원을 삭제하는 식으로 돼 있다”면서 “신고 건수 등을 행정 시스템 상에서 제한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과 담당 공무원 모두가 고통인 이 사단은 애초 주차 공간 부족이 가져온 사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원광대학교 행정학과 A교수는 “공영주차장 확대 등 다양한 주차 공간 확보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차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주차대란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면서 “원인을 해결하고도 문제가 지속되면 단속을 강화해야 하지만 지금은 원인 해결도 없이 단속만 강화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당국은 보복성 신고 등 예방을 위해 알아서 하라는 식이 아닌 시스템 상에서 신고를 제한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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