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덕
침묵의 미덕
  • 송경태(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 )
  • 승인 2019.05.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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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화두를 잡던 제대로 실천만 할 수 있다면 지친 삶에 많은 공부가 될 것”

 

 ‘섬’이란 시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두 행으로 이루어진 정현종의 시다. 이 시는 짧은 시이지만 결코 짧은 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시인지도 모른다. 이 시는 천천히 읽는 것이 요령이다. 그리고 행과 행 사이에 긴 침묵이 있으면 더 좋은 시가 된다. 

오래 전에 본 영화 '위대한 침묵'은 2시간 반 동안 대사 한 마디 없이 만들어진 영화였다.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승의 삶을 영화한 것인데 상영 시간 내내 오직 무거운 침묵만이 모든 것을 대신 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침묵으로도 얼마든지 의미 전달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비웃음을 사고, 외면을 당하고,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 가지 쉬운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절대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면 안 되고, 계속 자기의 말만 해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이 할 이야기가 있으면 바로 끊고 자신의 말을 하면 된다.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삶의 지혜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잘 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을 하는 것이 듣는 것보다 에너지 소비가 더 많은 줄 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말을 하는 것보다 3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전문가의 설명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가 있다. 그것을 시야의 독재성이라 한다. 편견에 갇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만 듣게 되는 것을 말한다. 사건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우리가 어느 한 사건, 어느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사건이나 그 사람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봐야 한다. 그러한 노력 다음에 우리는 아주 어렵게 말을 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았을 때 우리는 최소한 침묵을 지켜야 한다. 
요즘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요즘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지금은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다. 
미국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 하고 유능한 인물로 벤저민 플랭클린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정치, 외교, 언론, 저술, 과학 등 다방면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13가지 미덕'을 발견했다. 
그 13가지 미덕은 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이었다. 그는 이 미덕을 자신의 평생 습관으로 만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프랭클린은 이 미덕들을 종이에 써서 책상위에 붙여 두고 날마다 읽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 개선 프로그램'이란 것을 시작하면서 일주일 동안 한 개의 미덕을 실천하는데 집중하였다. 
‘절제’라는 미덕을 선택했으면 일주일 동안 그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침묵’이라는 미덕을 선택했으면 그 일주일 동안 오직 그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서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을 거쳐서 8살 때부터 9살 때까지 초등학교 2년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인 프랭클린은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과학자이자, 정치가이자, 이론가이자, 발명가이자, 외교관이자, 저술가가 되었다. 
나도 요즘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 가지씩 화두를 삼고 실천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 내가 잡은 화두는 ‘침묵’이다. 어떤 화두를 잡던 제대로 실천만 할 수 있다면 지친 삶에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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