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업에 요양원 옮기던 80대 참변
노조파업에 요양원 옮기던 80대 참변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5.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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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한 의료원 입소 노인 긴급 타 시설 이송
이송 된 80대 환자 1명 차량서 방치 돼 숨져

보호자 없이 거동이 불가능한 80대 노인이 요양병원 승합차 안에 방치됐다가 숨졌다. 진안의 한 노인요양원 노조원 파업과 노인을 인계 받은 전주의 요양병원이 책임을 소홀히 한 결과다.
6일 전주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시께 A(여·89)씨는 진안의 한 요양원에서 전주의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가 머물던 요양원이 노사갈등으로 업무가 마비돼서다.

이날 A씨와 함께 해당 요양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는 33명이지만 입원 수속을 밟은 환자는 32명으로 1명이 부족했다.
다음날 오전 진안의 요양원으로부터 “옮겨진 환자는 33명이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병원은 뒤늦게 환자를 찾아 나섰고, 이날 오후 1시55분께 승합차 안에 쓰려져 있던 A씨를 발견했다. 만 하루 동안 차량 안에 홀로 방치돼 있던 셈이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처치를 했지만 노인은 결국 숨을 거뒀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병원 과실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지겠다”고 했다. 경찰은 과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앞서 3일 진안의 한 노인요양원에서는 해고 요양보호사 2명과 노조원들이 장기 총파업을 선언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해고된 보호사 2명은 환자를 학대한 혐의를 받은 이들이다.
진안군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 군청과 해당 요양원에 팩스를 보내 “3일 8시부터 쟁위투쟁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요구안은 지난해 10월 해고당한 2명의 보호사 복직과 원장· 국장 교체, 요양원 운영을 위탁에서 군 직영으로 재 전환, 정년 60세에서 65세로 연장, 징계위원회 구성원 사측과 노조 각 3명씩 조정 등이다. 군은 2일 환자 보호를 위해 노조와 중재 협상에 나섰다. 요양원 측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78명 입소 환자 전원 조치를 결정했다. 환자를 돌볼 인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요양원에서 해고당한 보호사 2명을 중심으로 파업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앙노동위원회 판결문이 3일에 나오기로 돼있었다. 이를 확인해 본 뒤 복직 등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루 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재에 노력하려고 했고, 요양원 측에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게 설득하려고 했는데 결국 파업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를 볼모로 파업을 진행한 부분이다.
건강보험법상 어르신 2.5명당 보호사 1명이 필수적으로 보호 업무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근무 중인 32명의 보호사 모두가 파업에 동참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당일 야간근무자를 포함해 식당 직원들은 애초 예고됐던 것과 달리 오전 6시를 기점으로 투쟁을 시작했다. 노동법상 적법한 파업 과정 중에는 신규채용이나 일용직, 봉사 활동자 등으로 인력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노조원 전원이 환자를 방치한 채 파업을 강행한 꼴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조원은 “위에서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아 봐야 요구를 들어준다.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며 파업시간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해왔었다”면서 “파업 전날 일부 노조원들은 직원들에게 ‘우리 없이 잘들 해보라’고 말하고 다닌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병원 관계자는 “야간 근무자는 오전 9시에 퇴근하기로 돼있다. 식사케어까지 하는 조건으로 시간 외 수당까지 챙겨주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은 한 끼만 제대로 먹지 못해도 탈진이 온다. 이런 상황을 다 알면서도 돌연 파업을 앞당긴 것이 황당할 따름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요양원에 할 수 있는 조치는 진안 1곳, 전주 3곳 등 총 4곳으로 전원조치 하는 것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한편, 노조원들은 지난 3일 전원 이송초지가 끝나자 돌연 이날 오후 5시께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 의사를 밝혔다. 파업 철회에 대한 정확한 입장은 나오지 않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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