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어느 철학자의 삶] (29)사소한 욕망의 한계
[연재소설 `어느 철학자의 삶] (29)사소한 욕망의 한계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5.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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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부드럽고 촉촉하다.
너의 성질이 그렇지만 너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너를 오랫동안 망각하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고약한 매력에, 난 이미 단단히 중독되어 있다. 일주일이 마지노선으로 금단현상을 불러올 정도로.
넌 주로 건조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가 욕망에 못이긴 나에 의해 호출되면서 부터 너의 매력은 발산된다. 
무채색에, 무향까지... 너의 진정한 매력이 발화되기 전의 완벽한 속임수를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내게 유희이자 기회다.
내가 권한 곳에 너는 자리한다. 나의 욕망 만큼이나 열이 가해지지만, 자체적으로 발화하기도 하는 너답게 어느 정도의 수위에 이르면 상상할 수 없는 풍미를 내게 선사한다. 
나를 혼절시키는 향기는 주위까지 점령한다. 주변의 생물들에게도 열망을 전파한다.
시간과 정성으로 만들어낸 열기로 인해 너는 보기 좋은 구릿빛으로 재탄생하고, 무생물에 버금가던 너의 체취에 생명을 불어넣기에 이른다. 틈틈이 가해지는 질좋은 오일과 네가 열기에 뛰어들기 전 한번 몸담았던 차가운 우유로 인해 최적의 촉기를 유지한다. 이런 클라이막스는 너의 아이덴티티이자 또 너의 생명이기도 하다. 너를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키워드다.
괜히 뜨겁기만 하는 애송이도 아닐뿐더러, 열기에 달콤함의 감동까지 맛볼 수 있게 하는 너는 정녕 능력자다. 한없이 찬미하고 숭배하게 만든다.
너를 만나기 전의 평범한 입맛은 더 이상 내게 허락되지 않는다. 타성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난 예전의 내가 아니다.
햇살이 지면과 45도의 각도로 은근히 퍼져나갈 때, 어느새 정원의 주인공이 된 작약의 꽃봉우리가 막 터트릴려고 할 때, 티 테이블 위의 새하얀 패브릭이 숙련된 다림질 솜씨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야 넌 자리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너의 존재를 더욱 빛내줄 조연은 필수고 또한 중요성 때문인지 누구나 그 자리를 자청한다. 그 자리는 영국에서 왕좌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이들 중' KEEMUN'이라는 자가 네 언저리를 하사받는다. 어때, 만족스럽느냐?
프렌치 토스트.
부드럽고 감미로운 이 이름은 너의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한다. 나의 소울메이트 '보리'에게 부여된 이름의 하모니처럼. 사실 보리도 너를 탐하고 나서부터는 기호식품 일 순위 자리를 굳게 수성하고 있다. 나의 소울메이트 아니랄까봐. 
오늘 아침에도 너를 만날꺼란 기대감에 부풀어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너를 대신한 바게트만이 영혼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 옆자리를 차지해야 할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인 'KEEMUN'은 명성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역부족이다.
빈자리는 고통을 가중시키고 더욱 고독하게 한다. 오늘따라 더욱 강렬하게 너의 풍미에 체취에 애닳는다. 
일주일을 또 기다려야 한다. 더 긴 시간이라도 기다릴 것이다.
"이모 다음 주엔 프렌치 토스트 맛볼 수 있는 거죠?"
"그럼! 더 맛있는 것도 가능해!"
"전 오로지 프렌치 토스트예요!" /조정란(인문학서점 조지오웰의 혜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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