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에 갇히기보다 가치를 보존하자
형식에 갇히기보다 가치를 보존하자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5.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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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형식이 아닌, 시대의 고민 뛰어넘어
미래를 향한 비전 담은 가치 보여야”
김 선 정-전주문화재단 문화진흥팀장
김 선 정-전주문화재단 문화진흥팀장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독일은 1차대전에서 패한 상실감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의 인문과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한 희망이 팽배해지고 있었다. 1919년 4월 25일, 발터 그로피우스는 독일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의 초대 교장에 오르며 바우하우스 정신을 담은 연설을 한다. 그 연설은 음악, 무용, 기술을 아우르는 현대 예술에 대한 비전이 담겨있는 마니페스토와 같았다. 중세의 유산인 장인의 예술성과 당시의 대량 생산을 융합시키자고 주장하며 고급 디자인을 대중화하는 길로 예술의 교육 방법을 혁신하고자 하는 가치를 공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춘 바우하우스도 나치 정권의 박해로 13년간 유지하다 결국 1933년 문을 닫는다. 따라서 그로피우스도 하버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미국에서 활동한다. 이렇게 바우하우스의 가치는 유럽 대륙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다. 2차 대전 이후 바우하우스는 독일에서 다시 맥을 이어가지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예술’을 제안한 그로피우스의 연설에 담긴 바우하우스의 가치는 대륙을 건너 세계로 뻗어 나간 것이다. 이 가치는 장소를 옮겨도, 시간이 흘러도, 예술과 디자인 및 건축을 관통하는 변하는 않는 가치가 된다.

올해로 바우하우스 100년을 맞은 독일은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인구 6만5,000의 작은 도시 바이마르는 올해 100주년 행사 중 가장 주목받는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뮤지엄 개관으로 지난 4월부터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뮤지엄의 전시 작품을 위한 공모에서 심사위원들은 바우하우스 미술관의 메인홀을 장식할 작가로 칠레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를 선택했다. 그는 그물망과 거울로 만들어진 다면체로 구성된 구름을 띄워 올렸다. '미래의 새로운 구조를 함께 열망하고 인식하고 창조하자'는 1919년 당시 발터 그로피우스가 바우하우스의 교장직에 오르며 한 선언문의 사상을 그려내고 있다. 바우하우스 창단 멤버들과 발터 그로피우스를 향한 오마주이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독일과 칠레를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지만, 결코 독일 국적은 아닌 이 작가를 바우하우스 미술관 개관전의 메인 작가로 선택한 것은 바우하우스는 더 이상 독일의 것이 아닌 세계의 것이라는 생각에서 온 것일 수 있다. 바우하우스와 발터 그로피우스의 가치철학이 전 세계의 모더니즘의 문을 열었으니 실상 세계의 예술가가 모두 그로피우스의 제자들이 아닐까?
물론 이번 바우하우스 전시에는 바우하우스와 함께 유수의 예술가의 작품들도 소개되었다. 3대 교장 미스 반 데어 로에부터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 그리고 오스카 슐레머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에는 이들의 작품과 사상 또한 만날 수 있다. 바우하우스 정신을 만날 수 있는 작업들로 채워진 이번 전시에는 바로 미래의 새로운 구조를 열망하는 예술가 정신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경향을 지닌 예술작품들, 예를 들어, 오스카 슐레머가 1923년 연출한 ‘3인조 발레’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비디오 영상 등이 선보였다. 100년 전 바우하우스를 세운 예술가들이 예술과 디자인을 공예와 접목하려 시도한 것처럼, 전시에 소개된 많은 예술가가 예술과 디자인에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구조의 창조를 시도하고 있다.
무엇을 기린다는 것, 기리며 기념행사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정신, 사상 그리고 가치는 무엇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 무엇인가가 촉발되었을 당시의 시대적 고민을 넘어 동시대를 관통하는 가치 철학이 더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바우하우스 선언 100주년을 맞은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개관전시에는 동시대 예술, 즉 바우하우스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미술이 자리를 잡고 있다. 2019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당시 바우하우스로 보여진 예술적 형식이 아니라 시대의 고민을 뛰어넘는 미래를 향한 비전을 담은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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