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 이어도 혼자여도 가족이라서 괜찮아
여럿 이어도 혼자여도 가족이라서 괜찮아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05.16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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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

창작 동화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저자 이순미, 출판사 살림어린이)’의 힘은 편견을 벗겨 내는 날선 문장에서 나오는 게 아닌, 있는 그대로 감싸 안는 따뜻함에서 나온다. 왁자지껄한 대가족의 모습을 있는 오롯이 담아낸 그림과 자극적인 표현 없이도 이야기를 담백하게 엮어 낸 문장의 역할도 크다. 완벽하게 합이 맞는 그림과 글은 읽는 재미에 더불어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주어진 환경을 주체적으로 바꿔 나가는 등장 인물의 태도도 인상적이다.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다짜고짜 우기거나 불리한 사실을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직접 부딪혀 보고, 실패하고, 깨닫는다. 이를 나무라거나 다그치지 않는 어른의 모습도 흥미롭다. 가족을 창피해하는 주인공 약용이에게 ‘부끄러워하면 꼬리표가 되지만, 자랑스러워하면 이름표’가 된다며 다독이는 제이미 선생님도, 집에서 나가 살겠다는 결정을 든든하게 지지해 준 아빠까지. 아이의 실패와 성장을 묵묵하게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이 새삼 반갑다. 이 이야기를 읽은 아이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끄러움과 실망을 느끼지 않기를, 있는 그대로 보아 주는 어른들이 늘 응원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좋겠다. 

“가족이 모두 몇 명이에요?” 예전이라면 머릿수를 세는 데에 두 손이 부족했을 테지만, 요즘은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하다. 마트에는 ‘1인 가구’를 위한 식재료가 즐비하고, 단출한 식구를 위한 ‘미니’ 가전제품들이 인기 만점이다. 바야흐로 핵가족 전성시대! 식구가 주렁주렁 달린 대가족은 전래 동화 속 낡은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요즘 가족은 다 이런 모양인 걸까?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한다. 맞벌이 가구, 귀하게 크는 늦둥이, 다른 나라 국적의 부모를 둔 가정, 왁자지껄한 대가족 약용이네처럼 색다른 모양새다. 그럼에도 남과 다르다며 스스로를 꽉 막힌 틀에 넣지 않고, 하나뿐인 가족 이름표를 만들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렇게 만든 해님 달님 가족, 비빔밥 가족,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 등 개성 있고 유쾌한 이름표는 보는 이들을 슬쩍 미소 짓게 한다. 
이 작품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담백한 필력,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 거기에 벅찬 감동까지, 부족함 없이 담아냈다.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새삼스럽지 않은 가치를 되새기는 솜씨와 소재의 무거움을 끌고 가는 재주가 탁월하다. 더불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곧 나의 힘이 된다’는 주제는 아이를 넘어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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