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틈새를 채운 상상력
역사의 틈새를 채운 상상력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05.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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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호란'

‘호란(저자 김은미, 출판사 채륜서)’은 포로로 잡힌 조선의 여인이 청나라 최고 권력가인 도르곤을 만나 역사의 소용돌이를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작품 속 어느 누구도 역사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선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병자호란의 패배로 갑작스럽게 청나라에 끌려가게 된 윤성, 최고의 권력가지만 오직 황위만은 가질 수 없었던 도르곤, 볼모로 9년의 세월을 보내고 돌아와 북벌을 주장한 조선의 임금 효종, 호르친 평원 최고의 미녀이자 세 명의 황제를 보좌한 정치의 대가 효장태후까지 중심인물 모두 역사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고 흔들린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도르곤, 효종, 효장태후 등 실제 인물들의 틈새에 윤성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중점적으로 내세워 재미를 더했다. 실제 사건의 비어있는 마지막 조각을 윤성이라는 상상력으로 맞춰낸다. 
그래서 역사적인 이야기임에도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조선의 작은 마을에서 청나라의 황궁까지 폭넓은 배경을 그리고 있지만 각 등장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 것도 이 소설의 또 다른 장점이다. 작가는 왕실의 정치싸움뿐 아니라 병자호란의 패배로 견뎌야 했던 모든 이들의 슬픔과 고통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웅장한 전쟁의 과정보다 전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개인의 삶을 더 집중적으로 풀어냈다. 전쟁으로 뒤바뀐 상황에 대처해가는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도르곤이 황제에 대한 원망을 숨기고 충신으로 살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겪었을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렸다. 형의 계략으로 어머니를 잃은 슬픔, 황제에 대한 미움, 왕족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 등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황제에 대한 원망을 숨기고 충신으로 살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른 도르곤. 지쳐있던 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병자호란의 패배로 끌려온 조선의 여인 윤성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의술을 배워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순순한 마음으로 병자를 치료했던 윤성은 도르곤의 목숨을 살리겠노라 약조한다. 
중원정벌의 공을 세우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도르곤이 윤성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강한 군대를 만들려는 효종의 북벌의지와 청나라 황궁의 칼날 위에 서 있는 효장태후의 선택으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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