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병제도
매화병제도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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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은 매화를 '매형(梅兄)'이나 '매군(梅君)'으로 불렀으며, 때론 그 고귀한 자태를 기려 '매선(梅仙)'으로 불렀다. 자신이 지은 시 중에서 매화와 관련된 글만 모아 ‘매화시첩(梅花詩帖)’이란 책을 편찬할 정도였다. 죽기 전까지 매화에 대한 사랑은 모자람이 없어 유언으로 “매화에 물을 주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고 단양군수로 있을 그 즈음, 관기였던 두향과 사랑에 빠진다. 이때 두향의 나이 18살. 나이와 신분을 뛰어넘는 그 사랑에 이황은 가슴 아파하며, 이후 풍기군수로 자리를 옮길 때, 두향을 관기에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풀어준다. 그렇지만 두향은 퇴계를 그리워하다가 남한강 강선대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이황은 훗날 상사별곡을 통해 두향에 대한 그리움을 매화를 통해 남긴다. “옛날 책 속에서 성현을 만나보며, 비어 있는 방 안에 초연히 앉아 있노라.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다시 보니, 거문고 대하고 앉아 줄 끊겼다 탄식마라”

이는 야사의 내용이다. 추운 한기를 뚫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매화는, 그래서 어려운 현실 속에서 꽃을 피우는 사랑의 꽃이다. 순천 선암사 선암매는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무우전과 팔상전 주변 20여 그루의 매화 중 고목으로 자란 백매와 홍매 2그루는 아름다운 수형과 양호한 수세를 보이고 있고, 고려 때 중건한 선암사 상량문에 바로 옆의 와룡송과 함께 관련 기록이 남아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큰 나무이다.
강릉 오죽헌 율곡매는 천연기념물 제484호로, 오죽헌이 들어설 당시인 1400년경에 이 매화나무도 같이 심겨졌다고 하며, 신사임당과 율곡이 직접 가꾸었다고 전해진다. 장성 백양사 고불매는 천연기념물 제486호로, 매화나무 고목은 매년 3월 말경에 진분홍빛 꽃을 피우는 홍매(紅梅)다. 부처님의 원래의 가르침을 기리자는 뜻으로 백양사 고불총림을 결성하면서 고불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게 된 나무란다. 물론 통도사 지장매와 화엄사 화엄매, 남명 조식과 남명매도 빼놓을 수 없다. 전주 경기전 정전 동편 겹청매는 줄기가 누워 구부러져 자라는 와룡매이다. 용이 비상하는 것처럼 하늘로 오르다가 다시 땅을 치고 솟구치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용매’로 불리운다.
다산 정약용의 딸 사랑이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에 담겨있음을 아는가. 이 ‘매화병제도’ 아래 “내가 강진에 유배되어 여러 해가 지났을 때 부인 홍씨가 낡은 치마 여섯 폭을 보내오니 세월이 오래되어 홍색이 바랬다. 재단해 네 권의 첩을 두 아들에게 주고, 나머지로 작은 가리개를 만들어 딸에게 보낸다”라고 썼다. 다산이 전남 강진으로 귀양올 때만 해도 어렸던 딸이 십 수년 못본 사이 장성해 시집을 가게 되자 애틋한 마음을 매화 그림과 시로 적었다. 오늘따라 매화가 지난 자리를 채워주는 장미가 더욱 붉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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