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수필문학회가 다음달 7일부터 8일까지 대둔산호텔에서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를 갖는다. 전북수필 창립 40주년 맞아 도내 모든 수필가를 아우르는 행사로 기획됐다. 이에 윤철 회장으로부터 전북수필문학회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 미래를 조망해보았다./편집자 주
△전북수필문학회는 어떻게 탄생했나
전북수필문학회는 1979년 9일 8일 창립됐다. 당시 전주를 기반으로 수필문학 활동을 하던 정덕룡, 김학, 정주환 등 세 사람의 주도로 전영래, 송영상, 한대석, 김동필, 김희선, 박양훈 등이 발기인으로 동참, 1979년 8월 19일 당시 전북도청 옆에 있던 사리문다방에서 처음으로 발기인 모임을 가졌다. 이어 9월 8일 전주객사 뒤편에 있던 고려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초대회장에 정덕룡, 부회장에 김동필, 주간에 정주환을 추대, 전북수필문학회를 출범시켜 우리 전북지역 수필문학의 새 지평을 연 이래 마흔 번의 가을, 겨울, 봄, 여름 보내며 오늘에 이르렀다. 전북수필문학회가 창립되던 당시에 이미 서울에는『한국수필』, 대구에는『경북수필』, 부산에는『수필부산』이 광주에는『전남수필』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바, 전북수필문학회의 탄생은 만시지탄의 절실함으로 맺힌 열매였다.
△창립 당시의 수필문학 환경은
전북수필문학회가 발족되면서부터 전북에 수필의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수필문학은 문학의 한 장르로 대접받기 보다는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산문인데다가 그 길이도 짧아서 지식인이면 쉽게 쓰는 글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수필의 자리를 순수 수필가보다 시인, 소설가 등 문인은 물론 언론인, 시인, 대학교수, 교사, 법조인, 의사, 예술가 등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어 수필가만의 고유영역으로 지켜낼 수 없는 문화적 풍토였다. 따라서 전북수필문학회의 발족 당시 회원 구성은 순수 수필가보다는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들이 더 많을 정도로 혼재되어 있었다. 당시의 아주 열악한 수필문학의 환경적 요인 탓도 있지만 문학에 대한 열망과 욕구를 수용하고 풀어줄 문학단체가 극히 적었던 당시에는 장르에 불구하고 작품을 쓰고 발표하는데 갈급했던 문인들의 우선 모이고 보는 긍정적 마인드가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 전북수필문학회는 다양한 장르의 문인들이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전북수필문학회의 동인지 ‘전북수필’을 보면 회원들의 고유장르에 불구하고 활동은 모든 것이 수필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혹자는 이점을 순수성이 결여되었다며 수필문학단체의 정체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융합의 시대인 지금은 이것이 우리 전북수필문학회는 커다란 장점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멀리가지 않아도 장르간의 소통이,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다양성이 녹아 섞여 하나를 이루는 매스(mass)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한다.
△전북수필문학회의 오늘은 어떤 상황인가
전북수필문학회는 발족당시 회원 수가 20명 내외였지만 40주년을 맞은 지금은 190여명의 문학단체로 거목의 뿌리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초대 정덕룡 회장부터 2대회장 김학 회장을 위시하여 현재 20대 윤철 회장으로 이어지는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이 전북문인협회의 수필장르 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등 전북에서 활동하는 모든 수필가를 아우르는 대표 단체이기도하다.
창립 첫해인 1979년 10월 25일 동인지 ‘전북수필’이 창간됐다. 창간호에는 정덕룡, 김학, 국명자, 김동필, 정주환, 김희선, 송영상, 한대석, 전영래, 박만기, 김용우, 서재철 등 25명이 필진으로 참가했다.
처음 몇 번은 계간으로 발간됐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반기간으로 변경한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끊임없이 정기 발간, 40주년이 되는 현재 88호의 지령에 이르렀다. 각호마다 초대수필, 다시 읽고 싶은 작고 원로문인 수필, 주제가 있는 수필, 회원수필, 월평 등이 특집과 함께 다양하게 꾸며지고 있다.
‘전북수필문학상’은 1988년 양상렬 변호사(전 전주시장)의 후원으로 시상하기 시작했다. 전북수필문학회에 가입한 뒤로 5년 이상 성실히 활동하고 최근 5년 이내에 1권이상의 수필집을 발간한 회원 중에서 문학성, 기여도, 작가로서의 인품을 고려, 운영위원회에서 대상자를 추천하면 심사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현재까지 32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2명의 수상자(2017년은 3명)를 시상해온 바, 지금까지 전북수필문학상 수상자는 모두 65명에 이른다. 수상자는 소정의 창작지원금과 상패를 주면서 회원들의 문학적 역량을 신장시키고 수필문학의 창작 열기를 북돋우고 있다.
이밖에 회원들의 친목도모를 위한 ‘문학기행’을 1년에 한번 내지 두 번씩 실시하여 창덕궁 후원(속칭 비원)과 헌법재판소에 있는 백송을 찾아보기도 했으며 올해엔 청와대 관람을 다녀왔다. 또, 기성 수필가들의 추수적 연찬, 정보교류와 소통을 위한 ‘문학강연’도 일 년에 한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그동안 정목월, 윤재천, 김종완 등 수필명사와 송준호, 유인실, 김영 등 역량 있는 지역 국문학자와 문인을 초청했다. 매번 강연마다 일방적인 강의나 주장이 아니라 발표자와 참가수필가가 나누는 뜨끈뜨끈한 자유토론을 통해 강연의 효과성을 높이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전북수필문학회의 반성할 점과 미래지향점은
올해는 전북수필문학회의 창립 40주년이다. 그간 열심히 쓰고, 모이고, 나누며 활발하게 활동해 왔지만 전북수필가협회의 기능을 대행하는 수필문단의 맏형으로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선 좀 더 멀리보고 넓게 아우르는, 지난 세월의 연공 자랑보다 새로운 출발의 함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필문학은 1970~80년대를 거치며 왕성한 성장을 가져왔지만, 양적 성장에 비례해 작품의 질적 수준 또한 높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 문학성은 커녕 아직도 신변잡기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지적을 예사로 넘겨선 안 된다. 지금은 많은 작가들이 문학성의 깊이를 더하는 새로운 패턴의 수필을 구사하고 시나 소설의 타 장르를 기웃거리지 않는 전문수필가도 많다.
그러나 노벨문학상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수한 문학상에 수필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 우리나라 신춘문예에서 수필을 뽑아주는 중앙일간지가 하나도 없는 현실은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 큰 발전 노력에 진력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종이책이 팔리지 않는다. 읽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경향 각지에서 하루에도 수십 권의 수필집이 발간되어 나온다. 불을 무서워하지 않고 덤비는 하루살이, 불나방 같은 발표욕구와 열정이 아주 뜨거운 우리 수필가들이 경외롭다. 그러나 여기서 수필가들의 열정과 수필이 읽히지 않는 현실을 냉철하게 성찰하고 뜯어보아야한다. 서점에서 수필집을 구독하기는 고사하고 수없이 보내오고 서가에 쌓이는 수필집을 일 년이면 몇 권이나 읽는가?
내가 남의 수필을 읽지 않는데, 누가 내 수필을 읽어주겠는가? 수필쓰기의 기본기는 다독이다. 수필문장의 문학성을 덧입히는 기술의 원천도 다독이다. 수필가일수록 수필을 읽어야 한다. 무조건 많이 읽어야한다. 이것이 동인지 완독운동의 제안 배경이다. 이밖에 많은 수필문단의 내재된 문제점을 드러내고 치유하기 위해선 수필가들의 공감과 단합도 중요하다. 그 방안의 일환으로 전북수필문학회 창립 40주년에 즈음하여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를 기획하고 다른 문학회에서 활동하는 기성 수필가들이 우리 문학회에 부담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수필이 생활문학으로서 지금보다 더 대중화 될 수 있도록 농어촌지역을 순회하는 수필교실도 개설했고, 기성 수필가들의 창작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전북수필문학회의 순수하고 선한 의도에 도내 13개 수필문학단체가 동의하고 참여했다. 물론 의도가 선하다고,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고 반드시 착하고 풍성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수필가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만남을 통해 서로가 낯설었던 수필문학단체 회장들이 허물없이 소통하게 된 것은 준비과정의 수확이었다. 이렇듯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으니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가 성공리에 마쳐지고 이 기운이, 이 다짐이 내년에도 내명년에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리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수필은 삶을 치유하는 약이다. “수필의 참된 가치는 영혼을 찾는 고뇌에 있다” 우리 전북문단의 원로 선생의 말이다. 요즘 정신적으로 병든 영혼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회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영혼을 찾는 고뇌를 통해 정신을 맑게 하고, 삶을 치유하는 생활문학으로써 수필의 기능이 진정 필요한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진솔한 세상을 갈구하면서 밤잠 설치며 고뇌하고 풀어낸 우리 수필가들의 작품이 대중 속으로 스며들어 많은 이들을 우울증이나 정신병증에서 벗어나게 하고, 사회적 적폐와 명암을 제대로 분별하게 함으로써 수필은 밝고, 맑고, 훈훈한 세상을 만드는 밑돌이 된다.
전북수필문학회는 지난 1979년 9월 8일 창립 이래, 현재 190 여 명의 회원이 가입, 전북수필가 대회를 개최, 저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전북수필문학회는 저변 확대, 지역 문화예술 선도, 회원 친목 및 수필 문학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창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년 동인지 ‘전북수필’ 발간, 문학기행, 출판 기념회 2회, 전북수필문학상 시상 등 행사를 통해 전북수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특히 1998년에는 전북문인협회(회장 김학, 수필가)에 소속된 회원 일부가 광복 후 최초로 금강산 문학기행을 다녀왔으며, 2002년엔 일본 큐슈에서, 2004년 중국 청도에서 해외 문학기행을 잇따라 갖는 등 그 지평을 넓히고 있다. 역대 전북수필문학상 수상자는 정덕룡, 김동필, 한대석, 박성옥, 박동수, 국명자, 김학, 김환득, 정주환, 공숙자, 이창옥, 김저운, 고원곤, 전숙자, 임광순, 임정순, 송가옥, 임동조, 박영희, 고삼곤, 송영만, 김은실, 전영래, 송칠성, 이상원, 박성숙, 양규태, 전선자, 김은숙, 최재삼, 김순영, 선산곡, 김재순, 이남구, 박근후, 노정화, 오현, 김여화, 국중하, 최원용, 백송룡, 이여산, 최정욱, 김삼순, 이제길, 곽병술, 진원종, 이상우, 신영규, 전하연, 이종택, 김재희, 김정길, 김사은, 고재흠, 이용만, 서정환, 나인구, 김길남, 김추리, 최화경, 김철규, 박귀덕 등으로 31회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전북수필문학회는 초대 정덕룡씨를 포함, 2대 김학, 3대 김환득, 4대 한대석, 5대 박동수, 6대 박성옥, 7대 김영선, 8대 박성숙, 9대 이창옥, 10대 김순영, 11대 국중하, 12대 공숙자, 13대 선산곡. 14대 이제길, 15대 이남구, 16-18대 서정환, 제19대 박귀덕에 이어 현재 제20대 윤철 회장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윤철 회장은 “다음달이면 250여 명의 수필가들이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제1회 전라북도 수필가대회를 갖는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면서 “전북수필문학회가 전북 지역에 수필의 새 지평을 열었듯이 모든 수필가를 아우르고 포용해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했다.
박동수 전북수필가대회 조직위원장도 “이번 대회는 활발한 교류의 장은 물론이고 수필 문학 발전을 위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의 장이 될 것”이라며 “수필의 참된 가치는 고뇌하는 영혼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제 출신인 윤회장은 전북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2년 피파 월드컵단장, 진안군 부군수 등을 지냈다.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펴낸 바 있다./이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