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입양된 제시카… 47년만에 전주서 눈물의 상봉
프랑스 입양된 제시카… 47년만에 전주서 눈물의 상봉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5.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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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신청 3개월만에 상봉… 부모님 별세, 고모와 만나 “보고싶었다" 눈물

가족과 이별한지 47년만이다. 1만7,254일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 찾은 가족은 기다림마저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들과 닮았을까’, ‘목소리는 어떨까’,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수 만 개의 질문이 머릿속을 오고갔다. 
<관련사진 6면>

22일 오전 10시 전북지방경찰청. 꽃다발을 품에 안고 들어오는 70대 노부부를 보자마자 얼굴 위로 눈물이 번졌다. “내가 고모야. 참 반갑고, 고맙다. 오빠랑 참 많이 닮았구나.” 어색할 것만 같던 첫 만남은 고모 품에 안긴 제시카의 눈물에 감동의 순간으로 변했다.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끝내 만나지 못했지만 애타게 그리던 혈육을 찾았다는 행복의 눈물이다.
지난 2월 “가족을 찾아달라”며 전북지방경찰청을 찾은 제시카브론(여·47)씨가 3개월만인 이날 애타게 그리던 혈육의 품에 안겼다.
제시카는 1972년 2월 전주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출산 후 건강 악화로 곧 세상을 떠났다. 아내를 잃고 4명의 자녀를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 아버지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키울 수 있게 도와달라’며 양육을 포기했다. 입양 전까지 그는 익산의 기독삼애원(당시 기독영아원)에서 생활 하다 6살이 되던 해 프랑스로 입양됐다.
양부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가슴 한편으론 한국과 친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가족을 보고싶다’는 생각 하나에 조선업 종사자를 직업으로 선택했다. 선박감사관이 돼 한국을 다시 찾은 건 29년 만인 지난 2005년. 그는 이때부터 가족 찾기에 매달렸다.
하지만 만남은 그리 쉽지 않았다. 부모는 물론 이름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에게 주어진 단서라고는 자신의 이름으로 돼있던 ‘홍금영’과 ‘전주예수병원’, ‘김복희’(당시 예수병원 간호조무사), ‘기독영아원’ 정도가 전부였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그와 가족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설상가상 2013년 양부모까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가족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지난 2월21일 전북경찰을 찾아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신청을 했다. 경찰은 병원과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 가족 찾기에 나섰고, 약 3개월만인 지난 16일 그의 고모와 고모부, 3명의 자매 등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7년 동안 모르고 살았던 ‘박난아’라는 진짜 이름도 찾았다.
기쁨도 잠시, 아버지의 소식이 박씨의 가슴을 울렸다.
‘입양 보낸 딸을 찾는 게 평생 소원이었다’는 아버지 박씨는 2009년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박씨는 “수 십 년간 그리워했던 혈육을 찾아 행복했다”면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조금 더 일찍 찾아볼 걸’하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사랑과 정을 마음껏 나누고 싶고, 부모님과 가족이 살아온 이야기도 듣고 싶다”면서 “오늘의 기적을 만들어준 경찰과 도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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